기업소득 크게 증가, 가계소득 위축…저성장의 원인은 투자부진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도심 내 크리스마스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캐롤송은 종적을 감췄고 송년회는 줄었다. 그러다보니 회사, 친목, 친구 모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이 기간 특수를 노리던 상권들은 울상이다.
▲ 정부가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3.8%로 하향 조정하는 등 내년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경제학자들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 등 강력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뉴시스 |
한마디로 "손님이 없다"라고 택시기사들은 푸념했다. 명동이나 강남, 신촌 일대 등 도심을 제외하곤 택시를 찾는 손님이 없다는 것.
보통 2교대로 도는 근무에서 사납금이 보통 27~30만원 가량. 오전 13만원, 오후 14만7000원 가량을 회사에 납입을 하게 되면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돈은 2~4만원에 불과하다.
한 택시기사는 "10년 전 부터 택시기사를 했다가 돈이 모이면 다른 사업에 손댔다가 다시 택시를 모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갈수록 택시를 잡는 손님이 뜸하다. 과거 연말이 되면 어느 거리던지 손님이 넘쳐났는데 1~2년 전 부터 손님이 절반 가량 줄었다"라며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것 아니냐. 사납금도 못채우는 경우도 있어 경기 걱정보다 내 생계가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은 '내우외환'이다. 밖으로는 엔저의 습격, 중국의 추격, 글로벌 국가의 신보호주의, 내수부진이 기업이익을 감소하고 있다. 안으로는 소비자심리의 회복이 문제다. 양극화는 오래 전 일이고 고령화와 레버리지의 축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투자'에 경제성장 동력 키를 쥐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없이 고용이 없고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서도 이러한 요건들이 전제하지 않는 이상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부동산 경기가 향상되지 못한채 가계부채 해결을 꿈도 꿀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울한 한국경제의 그림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국내총새안(GDP) 디플레이터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제자리다. GDP 디플레이터는 실제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은 2009년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1.6%, 2012년 1.0%, 2013년 0.7%, 2014년 2·3분기 연속 0%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동기 대비 1.0% 상승했지만 올해 2월 1.0%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저출산으로 인한 일터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0명(2011년) 보다 현저히 낮다. 상용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평균연령은 1993년 34.3세에서 2013년 40.5세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인해 전체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2014년 73.1%에서 2060년 49.7%로 절반이하로 추락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올해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은행은 3.9%, 한국금융연구원 3.7%, KDI 3.5%, 무디스 3.5%, 기획재정부 3.8%의 전망을 내놓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체감경기는 더욱 우리 경제를 짓누를 수 밖에 없다.
29일 오전 국회 위원회관에서는 홍종학 의원이 주최한 '5인의 경제학자가 진단하는 2015 한국경제' 좌담회가 열렸다. 경제학자들은 소득, 고용, 투자, 서민지원을 우리 경제 저성장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임금 없는 성장과 기업저축의 역설
이날 좌담회에 나선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형 장기 저성장에 이미 진입했다고 간주하고 정책을 펴야 할때"라며 "기업소득은 엄청나게 증가하는 반면, 가계소득은 말라죽다시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고용, 임금, 배당 증가부진으로 경제전체가 기력을 상실하는 동안 기업저축은 2008년부터 2010년 중 대폭 증가했다. 이 기간 실질임금 정체로 기업부문 인건비와 매출액 비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기업 이익으로 이어지며 기업저축률은 대폭 상승했다.
우리나라 기업저축률은 2006년 OECD 중간 수준에 불과했지만 2009~2010년 일본에 이어 2위로 도약했다. 일본의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는 현상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전한다. 일본의 임금없는 성장은 우리보다 고질적이다. 제로금리와 무제한적 돈풀기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근본 이유다.
기업들은 인건비 감소로 인한 이익 증가를 투자나 고용 증가에 사용하기보다 곳간에 쌓아두고 대부분 이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낙수효과는 실종되면서 그 결과 저축을 해야 할 가계가 빚을 지고 투자를 해야 할 기업은 저축을 하고 있어 경제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9% 감소했던 기업의 설비투자는 2분기 1.1%로 증가하나 싶더니 3분기 들어 다시 0.5% 감소했다. 제조 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2011년 1분기 81%를 정점으로 2014년 3분기 75%대 까지 쪼그라들었다.
벌어들인 기업들의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임금도 늘리지 않으니 기업 내 쌓아두는 현금은 천문학적 숫자로 바뀌고 있다. 국내 법인의 사내 유보금은 해마다 100조씩 늘어 지난해 1102조4000억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기업이 마냥 수출실적이 좋아지란 법은 없다. 글로벌 경제권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유럽, 일본, 중국의 내년 경제는 밝지 않다. 자국의 양적완화도 환율의 영향을 미치면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어둡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투자활성화로 경제 선순환이 조성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자연스런 저성장 탈피 시나리오"라며 "저성장 탈출을 위해서는 경제 선순환 구조 복원으로 경제 역동성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2015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5인의 경제학자가 진단하는 2015년 한국경제 좌담회 자료집 |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부의 재정정책은 투자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보다 오히려 중소서민, 중소기업 정책뿐이니 일종의 효과가 없다. 1회성에 불과하다"며 "투자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부동산경기 회복이 더뎌지니 소비로 옮겨지지 않고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최경환 경제팀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를 꺼내들며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인센티브 제도를 개편했다. 하지만 기업저축 인센티브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계속 모색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서민들이 부채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소득증가에 의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자 중과세, 서민조세지원 강화를 통해 부자에게는 세금을 서민에게는 소득을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규제를 완화해서 투자환경을 개선하는게 중요하다.
오 특임교수는 "오히려 투자환경의 경우 일본도 법인세를 낮추려고 하고 있는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제도 폐지 등 거꾸로 가면 안된다"며 "부동산 경기를 살려 민간소비를 회복하는게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른바 '부동산3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폐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물론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되어야 한다.
가계부채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이 증가해야 줄어든다. 투자가 줄어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해결이 안되고 있다.
오 특임교수는 "이번에 부동산 상법들이 국회에 통과되어야 하는데 반ㄷ시 되어야 한다"며 "부동산은 금융규제 세제인데 국회 상법이 통과되어야 부동산이 살고 소비가 늘면 가계부채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미디어펜 =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