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이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높은 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28일 미래에셋대우를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실적 발표가 잇따른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은 인센티브 등 각종 비용 반영으로 타 분기에 비해 저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대규모 자금이 증시에 유입됐다.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가로 증권사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 등 컨센서스 추정기관수가 3곳 이상인 상장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전년(7438억원) 대비 27.5% 늘어난 948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43.7% 오른 1조2494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증시로 뭉칫돈이 몰리며 브로커리지를 비롯한 수수료 이익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주식결제대금은 전년(284조5000억원) 대비 46.6% 증가한 28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장내 주식시장 결제대금은 188조6000억원으로 전년(119조4000억원) 대비 58.0%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치솟았다. 국내 증시에서 일평균거래대금은 지난해 11월 25일 40조원까지 확대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30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순이익 개선세가 가장 뚜렷할 것으로 전망되는 회사는 ‘키움증권’이다. 명실상부한 개인투자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4분기 키움증권의 개인투자자 시장 점유율은 30.1%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806억원 수준이다. 2019년 4분기 대비 113.1% 급등한 수치다. 브로커리지 부문에서의 순이익 급증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의 최근 행보도 호실적 예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1일 임직원들에게 평균 기본급 45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성과급은 실적별로 부서별, 개인별 차등을 두게 마련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회사에 가장 큰 이익을 안겨 준 브로커리지 영업 담당 부서에 평균 대비 훨씬 높은 성과급을 지급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을 핵심 계열사로 둔 한국금융지주의 경우에도 지난해 4분기 전년 대비 46% 늘어난 2208억원 규모의 순익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최고 규모다.
삼성증권의 순익은 1449억원 규모로 62%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의 순익 역시 각각 31%, 10.4% 증가한 1820억원, 1286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한 해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순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43.9%, 41.4% 하락한 915억원, 1327억원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리테일 부문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요주의 등급의 대출 및 투자자산에 대한 추가 충당금 부담이 존재하는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평균거래대금이 급증함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익 기여도가 회사의 순이익에 직결되는 모습"이라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높은 회사일수록 지난해 4분기를 비롯해 연간 높은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메리츠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 수익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편인데다 추가 충당금에 대한 부담이 더해지며 타사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