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영국, 남아공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변이종이 잇달아 출현하면서 해외 제약사들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뛰어든 모습이다. 반면 국내 제약사의 백신 개발 속도는 더딘 편이어서 당분간 코로나19 백신의 해외 의존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임상 혹은 전임상 시험 중인 백신과 치료제 시약이 전시돼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고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종은 영국(501Y.V1, B.1.1.7), 남아프리카공화국(V2, B.1.351) 브라질(V3, B.1.1.28.1)이 있다. 업계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종에 얼만큼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펜데믹 종결에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종에 대해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다.
이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변이종에도 효과가 있도록 기존에 개발된 백신의 성능을 개량하는 연구에 나섰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모더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 백신을 수정한 '부스터 샷'(효능을 높이기 위한 2회차 접종)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변이 부스터'를 통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변이에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겨냥해 개발한 백신의 경우 영국과 브라질 변이종에는 어느정도 면역 효과가 있었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에는 그 효과가 6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모더나 측은 백신을 한 번 더 접종했을 경우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는지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화이자는 최근 영국·남아공 변이는 물론 다른 변이에 대해서도 기존 백신이 중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초기 임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예방 효과를 보이는지 여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최근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는 "6주 안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개량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 승인에 필요한 임상 시험과 안전성 검증의 수준을 전세계 보건 규제 당국과 얘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바백스는 바이러스 유형별 효과를 보기 위해 임상시험을 영국·남아공·미국·멕시코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노바백스 측은 영국에서 진행한 임상에선 두 번의 접종으로 90%에 가까운 효능이 확인됐지만,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임상에선 49.4%까지 효능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존슨앤드존슨도 아직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구체적인 면역효과 연구 결과를 내놓진 않았다. 다만 미국에선 예방효과가 72%였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57%로 낮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어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변이 바이러스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거나 또다른 변종이 출몰하기 이전에 조기 대처하는 것이 펜데믹 종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임상 혹은 전임상 시험 중인 백신과 치료제 시약이 전시돼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 백신 개발 더뎌...해외 수입 의존도 지속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주요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합성항원(유전자재조합)백신과 제넥신의 DNA백신, 진원생명과학의 DNA백신, 유바이오로직스의 유전자재조합 백신 등이 있다.
제넥신은 후보물질 'GX-19'을 'GX-19N'로 변경해 임상시험을 다시 시작했다. 제넥신은 올해 중순까지 초기 임상 결과를 도출하고 하반기까지 임상 3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임상 1상부터 다시 시작하는 만큼 개발 성공 시기는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1월 백신 후보물질인 'NBP2001'로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했다. 진원생명과학과 셀리드는 지난해 12월 임상1/2a상을 나란히 승인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1월 백신 후보물질인 'NBP2001'로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했다. 지난 23일에는 첫 참가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원생명과학과 셀리드는 이달 4일 임상1/2a상을 나란히 승인받았다. 유바이로직스는 최근 재조합백신 '유코백-19'에 대한 임상 1/2상 승인을 받았다.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 속도는 대부분 임상 1~2상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개발 완료 시점이 올해는 훌쩍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기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을 완료한 이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는 이에 반해 늦는 건 사실이며 성공적인 개발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백신 의존도는 향후 1~2년 간은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