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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배당 자제령에 개미들 '부글부글'…왜?

2021-02-02 13:15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해 이른바 ‘배당 자제령’을 내린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비슷한 권고안을 보험사들에도 하달해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게임스톱 이슈와 맞물려 국내 주주들 역시 집단적 반발을 하려는 모습마저 감지된다. 

사진=연합뉴스



2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까지 은행권은 순이익의 20% 이내로만 배당해야 한다’는 한시적 권고안을 지난 달 28일 발표했다. 이는 작년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성향이 25~27% 구간이었음을 감안할 때 해 5~7%포인트를 낮추라는 것이다. 당국이 금융위 의결까지 거쳐서 공식적으로 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주주들은 당연히 ‘뿔’이 났다. 한국 금융회사들의 배당성향은 지금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국이 나서서 금융회사들의 고유권한인 배당성향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자체가 ‘관치금융’이라는 논란도 파생됐다.

현재 각종 주식카페는 물론이고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종목토론방에는 당국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당국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보험회사들에 대해서도 ‘배당 자제’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보험사 임원들과의 면담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을 이유로 들며 배당 성향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주주권 침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국의 논리는 이렇다. 아직은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금융 선진국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찰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에 상한 제한을 두면서 자사주 매입도 금지했다. 영국 금융당국은 아예 은행들에 대해서 ‘배당 전면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당국이 금융사들에게 배당을 금지시킬 수 있는 권한까지는 갖고 있지 않다. 실제로 작년 여름에도 당국은 비슷한 취지로 금융사들의 배당자제를 권고했지만 하나금융은 중간배당을 강행했던 전례가 있다. 

문제는 현 시점에 다시 불거진 배당자제 논란의 타이밍이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 내에서 급속하게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된 이슈 때문에 당국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도 불거진 공매도 이슈가 게임스톱이라는 종목을 둘러싼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것처럼,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은 한 달 만에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현재 청와대 측의 공식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답변의 내용에 따라 투자자들의 민심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배당자제 권고는 글로벌 흐름에서 그렇게 돌출적인 것은 아니고 금융권 내부에서도 일부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주주 입장에선 배당, 공매도 등 수익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에 자꾸 당국이 간섭하는 그림으로 비칠 수 있어 점점 ‘감정싸움’이 돼가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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