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노조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그룹으로부터 부산공장의 XM3 생산비용을 현재의 절반가량인 스페인 공장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XM3 생산물량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연간 5만대 가량으로 예상되는 XM3 수출물량 배정이 취소될 경우 르노삼성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노조가 임금인상과 희망퇴직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가결시킨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하라’는 르노그룹의 최후통첩이 이뤄진 셈이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9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이날 오전 르노삼성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먼저 르노그룹의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비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부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부산공장은 뉴 아르카나(XM3 수출명)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면서 “그 약속을 믿고 르노그룹 최고 경영진들을 설득해 뉴 아르카나 유럽 물량의 부산공장 생산을 결정했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월 르노삼성을 방문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생산성과 제조원가에서의 경쟁력 확보, 안정적 공급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노사가 화합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이후 르노그룹은 XM3의 부산공장 생산을 발표한 바 있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그러나 “2020년 말 기준으로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으며,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면서 “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장제조원가(VTU)는 차량 1대를 생산하는데 제조 과정에서 소요되는 직간접 인건비, 경비, 감가상각비 등을 합산한 금액을 의미한다.
르노그룹은 품질(Q), 비용(C), 시간(T), 생산성(P)을 주요 항목으로 하는 QCTP 지표를 통해 르노 그룹 내 속한 전세계 총 19개 공장들간 생산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으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QCTP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르노그룹 내 1~2위를 유지했으나 2019년 5위, 2020년 10위로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 점수는 지난해 기준 르노그룹 소속 전세계 19개 공장 중 1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XM3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 ‘최고의 품질, 생산 비용 절감, 생산 납기 준수’ 등 세 가지 목표 달성을 부산공장에 주문했다.
우선 품질에 대해서는 “부산공장의 품질 수준은 최고이며, 품질에 대해서는 부산공장 임직원들을 믿는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비용에 대해서는 “부산공장은 거리적 한계로 인해 높은 운송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장제조원가가 유럽 공장의 두 배이고 여기에 운송비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유럽으로 전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은 부산공장 임직원들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부산공장은 스페인에서 만드는 캡쳐와 동일한 수준의 공장제조원가로 뉴 아르카나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출시해야 하며, 이는 부산공장이 준수해야 할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납기와 관련해서도 “부산공장은 안정적인 생산과 납기를 통해 유럽 시장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부산공장 임직원들을 믿고 뉴 아르카나 생산을 결정했지만, 오늘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여러분들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부산공장의 서바이벌플랜과 전략은 스스로를 위한 최우선적 생존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현재 진행 중인 서바이벌 플랜에 대해서도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서바이벌 플랜을 진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요 대비 공급의 과잉 투자 환경에서 경쟁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미래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르노그룹이 지난 1월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에서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CEO는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으로 지목했다.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강화 지역으로 꼽힌 라틴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의 경우 이미 13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의 20%를 삭감했다.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 협약 주기는 4년으로 변경했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 “부산공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경고도 남겼다.
이는 부산공장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는다면 XM3 수출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