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민규 기자]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들 간에 '복지 정책'을 둘러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제'가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 하고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제3후보로 급부상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가세하면서 '기본소득제'를 두고 격론이 발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기본소득제'에 대해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도 "포퓰리즘은 의사 결정권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막는다. 잠시 동안은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후회하게 된다"며 "지구상에서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지 않느냐"고 직격했다.
이 가운데 임 전 실장까지 논쟁에 참전했다. 그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사대적 열패 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며 "저는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사진=더불어민주당, 경기도청, 국무총리실 제공
이 지사도 여권내 견제에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그는 기존 복지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1인당 연간 10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은 결단하면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지금처럼 경제의 구조적 침체와 저성장 극복이 주요 과제인 시대에는 복지 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정책에도 경쟁이 필요하다"며 당내 견제에 대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제안한 신복지제도 구상인 '국민생활 2030'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신복지제도는 소득, 주거, 교육, 의료, 돌봄, 환경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생활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적정기준을 지향하며 사회 구성원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포괄적이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친문' 핵심 인물인 박광온 사무총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득보장은 기본적인 생계에 필요하지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을 강화하는 정책이 소득보장과 연결돼야 한다"고 기본소득 제도의 한계를 꼬집었다.
이 대표가 제안한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복지 시스템의 기본 골격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구상"이라며 "소득뿐 아니라 교육·돌봄·의료·주거·문화·환경 등 삶의 전반적 영역에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실천하자는 우리 사회의 비전"이라고 평가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이 지사의 '고인물은 썩는다'는 발언에 대해 "신복지체계는 기존 복지 영역을 뛰어넘는 새 복지 비전"이라고 밝혔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9일 KBS에 출연해 "언젠가 기본소득도 시대의 상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논의는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하지만 당장 도입을 할 수 있느냐는 좀 조심스럽다"며 "어느 한쪽이 여론을 지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장 도입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논의가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당내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이 지사에 대한 '탈당설'도 흘러나왔다. 다만 이 지사는 이를 적극 부인했다. 그는 전날 OBS 방송에 출연해 "제가 왜 탈당하느냐. 2005년부터 제가 계속 민주당 당원인데 왜 탈당하느냐"고 일축했다.
아울러 '최근 당내 제3후보론이 나오는데 섭섭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안 섭섭하다. 섭섭할 사람은 (대선주자 선호도) 2등 하시는 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2등'은 최근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의 뒤를 잇는 이 대표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책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이슈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