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김정태 회장의 4연임이 유력시된다. 김 회장은 "더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음에도 유력 차기 회장 후보들 대부분이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있어 그룹 내부적으로도 조직의 안정을 위해선 김 회장의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3년전 김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걸었던 금융당국이 이번엔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 김 회장의 4연임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하나금융지주 제공
17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따르면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에 내부 후보로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이, 외부 후보로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회추위는 지난달부터 14명의 후보군 가운데 비전 및 중장기 경영전략, 경력, 전문성 등 세부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고심 끝에 4명을 추렸다. 이에 대해 윤성복 회추위 위원장은 "대표이사 회장 경영 승계계획 및 후보추천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숏리스트를 확정했으며, 회추위는 숏리스트 선정에 있어 그룹의 조직안정을 꾀하기 위한 후보들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3연임을 시작하면서 이번 임기가 마지막임을 강조하며,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해부터 대내외적으로 "연임에는 뜻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차기 회장으로 부각돼 왔던 함영주 부회장과 이진국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가 법적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조직안정 차원에서 김 회장의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내부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함 부회장은 현재 채용비리 1심 재판 중인 가운데 하나은행 시절 판매했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뒤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최근 선행 매매 혐의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매매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현재 검찰에 수사가 의뢰된 상황이다.
3년 전 김 회장의 3연임을 탐탁치 않게 여겨왔던 금융당국도 이번 회장 선임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5대 금융지주회장단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회장 선임을 놓고 금융당국이 이렇다, 저렇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인 상황과 맞물려 김 회장 3연임을 저지해왔던 금융당국도 이번에는 관여치 않으면서 김 회장의 연임설에 힘이 더욱 실리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하면 1년 동안 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 회장의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한 것은 하나금융 내규에 재임 기간 회장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이 연임을 이어갈 경우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직무가 가능하다.
회추위는 향후 최종 후보군에 대한 심층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이달 안으로 회장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