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는데 공감대를 나타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은행권은 대출만기 추가 연장조치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이자 상환유예 조치에 대해선 "옥석을 가려" 선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자도 갚지 못할 상황에 처한 기업이라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의 코로나19 관련 만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 규모는 8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선별적 지원과 관련해 "코로나19 금융지원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잠재부실에 대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5대 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한 금융권 회장들과 만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 사실상 올해 9월까지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한 차례 더 연장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대출만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했지만, 이자 상환유예 조치까지 연장되는 것에 대해선 난색을 표해 왔다.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면 향후 금융지원이 끝나는 시점에는 상환액 규모가 더욱 불어나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돈을 빌려준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을 안고 가느니 옥석을 가려 선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돌려받지 못한 대출 원금과 이자 규모가 80조에 달한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17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은 총 73조2131억원(29만 7294건)이다. 대출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6조4534억원)과 이자유예(455억원)액까지 포함하면 79조7120억원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이자 상환유예 조치 종료 후에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결국 부실을 떠안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같은 부실위험은 대출자 뿐 아니라 은행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번 논의과정에서 이자 유예 기업의 경우 밀린 이자를 원금에 합산해 갚거나, 합쳐진 원리금이나 밀린 이자만 따로 5~10년에 걸쳐 장기간 나눠 갚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한계기업에 대한 이자·원금 합산 또는 장기 분할 납부 등의 연착륙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부실이 현실화 됐을 땐 이미 늦었다"고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