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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교수의 2014 미디어 10대 이슈]⑧-중소기업 전용 공영홈쇼핑 채널 도입

2015-01-06 09:4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황근 선문대 교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 방송시장은 몇 가지 독특한 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TV홈쇼핑채널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1995년 처음 시작되어 현재 6개로 늘어난 홈쇼핑채널 매출은 4조원이 넘는다. 이 재원은 지난 20년간 케이블TV의 성장 동력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케이블TV MSO들 대부분이 홈쇼핑채널을 중심으로 커왔다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최근 지상파방송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CJ E&M의 성장배경에 계열 홈쇼핑채널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홈쇼핑채널은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나 대기업을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다. 1995년 처음 홈쇼핑채널을 도입할 때 내세운 목표는 ‘중소기업 활성화’였다. 물론 이 목표는 그 후 추가승인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전가의 보도’였다. 뿐만 아니라 몇 사업자는 농수산 혹은 중소기업 상품에 주력한다는 조건으로 승인 받았다. 그렇지만 지금 TV홈쇼핑채널은 대기업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마치 요즘 유행어인 ‘슈퍼 갑질’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듯하다.

이처럼 홈쇼핑채널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목표는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혹은 농·수산 전용으로 승인받은 4개 홈쇼핑채널 중에 삼구쇼핑과 우리홈쇼핑은 대기업인 CJ와 롯데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NS홈쇼핑과 홈&쇼핑도 중소기업에게 별로 도움 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유료방송시장 구조에서 아무리 중소기업 전용채널을 늘려도 효과는커녕 도리어 부작용만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들은 같은 목표를 내걸고 홈쇼핑채널들은 추가 승인해왔다.

   
 
 이러한 실패의 역사가 이번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반복된 것이다. 년초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창조 벤처기업 유통활성화를 명분으로 전용 홈쇼핑채널이 추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홈쇼핑 추가승인은 이른바 ‘황금 채널대’ 진입 경쟁만 부추겨 플랫폼사업자들에게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만 늘어나게 만들 것을 우려해 다분히 유보적이었다. 실제 2011년 홈&쇼핑 추가 승인이후 송출수수료가 급등했고 이는 결국 홈쇼핑제품들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8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라 '중기제품·농수산물 전용 공영 홈쇼핑' 채널을 신설하겠다고 보고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즉, 민간 홈쇼핑채널들과 경쟁하지 않고 중소기업 유통구조를 늘려준다는 명분으로 전대미문의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홈쇼핑채널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12월 9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승인계획을 보면, 공기업 혹은 공익목적의 비영리기관 콘소시엄 형태로 하고, 100% 창의·혁신상품을 포함한 중소기업제품 혹은 농축수산물로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제품 진입의 걸림돌이 되었던 송출수수료 경쟁을 지양하고 제조업자들에게 받는 제품수수료도 2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중소기업에게 대단히 유리한 조건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계획대로라면 공영홈쇼핑 채널이 20번대 이하 황금채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홈쇼핑 구매행태가 목적성 구매가 아닌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시청하다 구매하는 행태라는 점에서 매출 자체가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일부 인기 중소기업 제품들 조차 기존 홈쇼핑채널을 선호할 것이고, 공영홈쇼핑은 존재감 없는 채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결국 현재 유료방송시장구조가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얼마 안가서 공영홈쇼핑채널 역시 송출수수료 경쟁에 돌입하거나 아니면 기존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채널들처럼 다시 매각이야기가 나올지 모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영채널 유지를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과 채널지정 같은(?)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공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시장지향적 유통 사업인 홈쇼핑채널을 국가가 직접 소유·운영한다는 것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관피아 비극’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홈쇼핑추가 승인으로 송출수수료가 늘어나 이미 저가구조화 되어있는 유료방송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들도 있다. 여기에 전체 방송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홈쇼핑채널 추가 승인을 단 몇 달 만에 마치 콩 볶아 먹듯 속전속결로 추진한 것도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월 29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업자 공고를 내놓고 2015년 1월중에 승인할 계획이다. 이미 몇 몇 공기업, 공공기관들이 승인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향후 정부가 어떻게 공영홈쇼핑 채널을 운영할지 모르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제7 공영홈쇼핑 승인 정책’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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