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과 올해에 걸쳐 국내 주식시장 열풍이 일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가 활성화됐지만 최근 들어 그 흐름이 주춤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금리상승 우려가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의 분위기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빚투의 증가속도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말 기준 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 등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 18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1월 말의 135조 2400억원과 비교하면 556억원(0.04%) 정도 줄어든 것이다.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최근 신용대출이 매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특징적이다. 작년 11월 신용대출 잔액은 부동산과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133조 6925억원까지 치솟았다.
12월 들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요구하면서 대출 잔액은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또 다시 1조 6000억원 정도의 잔액이 불어났다. 2월의 감소세 역시 은행권이 마이너스통장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생겨난 일시적 효과라는 분석이 있다.
진짜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대출이 발생한 상황에서 금리상승 우려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 증시는 연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여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제로(0) 수준의 금리가 유지됐지만 최근 들어 금리상승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미 많은 빚을 낸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빚투’에 나선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30대 이하 청년층이라는 점 역시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신규 차주 중에서 30대 이하 비중은 무려 58.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금리인상의 또 다른 나비효과는 국내 증시에 대한 충격 측면에서도 존재한다.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본국으로 유출해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하락폭을 만회한 이후에도 계속 상승 중이라는 점도 불안요소의 하나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원자재와 서비스의 공급차질(Shortage) 위험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2분기 중반에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과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시장금리)는 일시적으로 1.60%와 2.00%를 넘어서고, 주가도 고점 대비 약 15% 내외의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사이에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많이 줄어든 상태”라면서 “고객들이 주식계좌에 넣어두는 투자자예탁금이 2월 들어 감소하는 등 투자자들의 주가전망 또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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