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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탐험(39)- 골프는 솔루션의 게임이다

2015-01-09 12:5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방민준의 골프탐험(39)- 골프는 솔루션의 게임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퍼를 하면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골프를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투기종목이나 구기종목은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가 있다. 육상 같은 기록경기는 본질적으로 기록과의 싸움인데도 함께 기록에 도전하는 출전자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대와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는 반드시 승자 아니면 패자가 되어야 한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상대방을 쓰러뜨려야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이 대결구도에서 모든 갈등과 마찰이 태어난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갈등과 마찰은 승패가 결판난 뒤에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승자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만 승리에 도취돼 자만에 빠지거나 언젠가 자신에게 패배를 안길 새로운 승자의 출현을 기다리며 불안에 뜬다. 반면 패자는 쓰디쓴 패배감을 맛보긴 하지만 패배에 승복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 골프는 대결구도를 허물고 자신의 게임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모든 대상들과 화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삽화=방민준
골프는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가장 고독한 경기의 하나다. 마라톤이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고독한 게임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이겨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핸디캡을 인정하는 골프에서의 승패의 기준은 자신의 핸디캡이다. 프로선수들의 경기는 모두가 동등한 조건으로 경기를 펼치지만 주말골퍼들은 자신의 핸디캡과 겨룬다. 그래서 더욱 고독하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대상 없는 고고한 승리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대결구도의 쟁투로 인식하는 골퍼는 골프를 즐길 수도, 골프의 진수를 깨닫기도 힘들다. 골프를 대결구도의 투쟁적 긴장관계를 푸는 ‘석쟁(釋爭)의 게임’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골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동반자는 물론 자연조건들, 골프도구들, 많은 장애물들과의 대립․대결관계를 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조화를 추구할 때 골프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를 깨부수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던 수많은 라운드를 떠올려 보면 골프가 쟁투의 게임이 아닌 솔루션의 게임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혼내주겠다거나, 신기록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나선 라운드는 어김없이 실패한 라운드가 되고 만다. 오히려 골프를 즐기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한 라운드에서 의외의 신기록을 세우거나 승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골프에서 생기기 쉬운 대결구도를 허물고 자신의 게임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모든 대상들과 화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 마음 속에서 적으로서의 상대를 지워 없애는 일방적 화해, 무조건적 화해의 비법을 터득하고 나면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고 편한 게임이 될 수 없다.

“내 자신의 기쁨을 위해 남에게 사랑을 베푼다.”고 실토한 마더 테레사처럼 내가 원하는 라운드를 전개하기 위해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바로 솔루션의 열쇠다. 여기에는 동반자를 먼저 배려함으로써 동반자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다는 원초적 이기주의가 배어 있지만 종내에는 이런 선후관계가 사라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아일체의 집중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골프를 하면서 무슨 철학을 실천해야 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업을 경영하는데도 철학이 있어야 하듯 골프를 즐기는데도 철학이 필요하다.
올 봄에는 솔루션의 자세가 얼마나 큰 변화를 안겨 주는가 한번 체험해 보자.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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