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신용등급 깎지마라?"…금융권 "팔 비틀기"

2021-03-30 11:44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금리를 올리지 말 것을 은행권에 요구하면서 금융권에선 정부가 민간 금융사의 여신정책에까지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단체 협의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불가피하게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은행에서 대출한도와 금리 불이익을 받은 것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작년 매출 감소분이 반영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금리상승 등 대출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안다"며 "금융회사 여신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권과 세부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은행권에 '비조치의견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사의 행위와 관련해 금융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지를 사전에 알리는 제도인데, 이를 통해 향후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은행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 부실이 생기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겠다는, 일종에 '면책'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실제 금융감독원을 통해 보다 구체화 돼 가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각 은행에 기업 신용등급 평가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요인을 이유로 하향평가하지 말라는 요청을 보냈다. 은행들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당국에 제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 금융권이 나서 달라는 정부 요구에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민간 금융사의 여신정책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아니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코로나19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은행권 팔 비틀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위는 최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방안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당시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조건적인 지원은 안된다"는 의견이 상당수 제기됐다.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은 향후 부실 위험이 커 옥석을 가려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당시에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로 금융권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큰 틀에서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라는 상황을 이유로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의 여신정책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선을 넘어선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한계 기업에 대한 부실이 터질경우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이 떠앉아야 하는 것이냐"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금융사에 대한 요구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