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증권업계의 기록적인 실적 호황 속에서도 다소 부진한 실적에 그친 한화투자증권이 권희백 대표를 재선임하고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출신 최고경영자(CEO)로 2017년 취임한 이후 ‘흑자전환’의 공로를 인정받은 권 대표는 올해 2000억원 규모 채권발행 등을 추진하며 중형증권사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24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권희백 대표를 재선임 했다. 지난 2017년 7월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선임된 권 대표는 지난 2019년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바 있다. 이번에 세 번째로 선임되면서 2023년까지 대표직을 이어가게 됐다.
작년 한 해 거의 모든 회사들이 기록적인 호실적을 기록한 중에도 한화투자증권은 실적이 역성장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1.9% 감소한 671억원에 그쳤다. 이는 작년 1분기 증시급락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분야 등에서 3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나온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후 2~4분기에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손실을 메울 만큼의 호실적은 아니었다.
일련의 상황은 권희백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추정하는 근거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화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권 대표를 대표 후보로 ‘단독후보’로 추천했을 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권희백 대표가 지난 2017년 대표에 취임힌 후 회사를 흑자 전환시킨 공로, 그리고 내부출신 CEO라는 상징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표들이 대체로 짧은 임기에 그쳤던 상황 속에서 ‘장수CEO’의 선례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한화투자증권 대표들 가운데 연임 후 임기를 채운 사례는 권 대표밖에 없다. 약 5년 전 주진형 전 대표 재임 기간에는 주 전 대표가 한화그룹과 갈등을 빚는 한편 그의 경영방식에 불만을 품은 내부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안팎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한화투자증권 최초의 공채출신 CEO인 권 대표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가 새 임기를 맞은 한화투자증권은 2000억원 규모 채권발행에 나서며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내달 중으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만기 3년물과 5년물이 혼합된 구조로, 한화투자증권은 이 회사채를 우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9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 상환에 사용한 뒤 남은 금액은 운영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적극적인 스탠스는 신용등급 호전과 관련이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3일 한화투자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한화투자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 대체투자 부문 리스크 관리 역량이 호전된 점 등을 신용등급 상향 요인으로 설명했다.
작년에 이미 자기자본 1조원을 넘긴 한화투자증권은 추가적인 자본확충으로 국내 중형 증권사들 간의 ‘덩치싸움’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채권 발행금액의 활용처가 한화투자증권의 전략 청사진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해외 투자은행(IB)이나 가상화폐 분야 등 대체투자 쪽으로 지평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