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세계 자동차 업계가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라는 표어를 내걸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4일 한국자동차회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4개 부처 협력으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을 꾸려, ‘자율주행 레벨 4+’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은 레벨 1부터 레벨 5까지 5단계로 구분돼 있지만 실질적 의미로의 자율주행은 ‘레벨3’부터다.
그리고 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몇몇 선진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레벨 3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및 양산화 계획을 발표했고, 이들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의 핵심기술을 4단계 이상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자율주행의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진 상황보다 앞서, ‘자율주행 윤리적 딜레마’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율주행의 윤리적 딜레마’란 즉,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겪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란 뜻이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어린이와 노인을 동시에 마주쳐,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느냐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돼 있는 로직이 공리주의적 판단을 통해, 어린이와 노인의 기대수명에 따른 미래 효용가치를 비교한 후, 어린이의 생명을 존중하는 선택을 했을 경우, 이를 법적·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는 문제다.
다른 경우로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피할 수 없을 때, 탑승하고 있는 운전자의 생명을 우선할지, 다른 차에 탑승한 상대 운전자의 생명을 우선할 지를 놓고,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실수 등으로 인한 인적요인의 교통사고를 현저히 줄일 것이라고 기대 받고 있지만, 사고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러한 ‘윤리적 딜레마’는 논란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은 기계·전자·로봇공학 등, 자율주행기술 관련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윤리학·철학·법학 등의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자율주행기술 전문가들은 이에 반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율주행 핵심기술 전문가는 “자율주행을 잘 모르는 인문학자들이 꺼내는 담론일 뿐”이라면서 “마차가 이동수단 이었을 때 전차가 나오자 ‘트롤리 딜레마’가 나왔던 것과 같이, 인간이 두려움을 느낄만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한번씩 시비를 거는 맥락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급발진과 엔진이상 등 기계적 결함으로 나는 사고와, 자율주행 로직이 망가져서 나는 사고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라고 반문하며 “현재 법과 제도 하에서 기계적 결함은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 있지만, 자율주행인 경우 그럴 수 없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지금까지 역사가 그래왔듯이, 제도와 법이 기술에 맞춰 변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 자동차보험회사들이 ‘몇 대 몇’을 판단하듯이, 자율주행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배부른 소리다. 이걸 안 피하고, 저걸 안 피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피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라면서 “지금은 자율주행기술이 너무 과대하게 포장돼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롤리 딜레마란 전차가 레일을 따라 달릴 때, 진행 궤도 앞에 5명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여있고 다른 방향엔 1명이 묶여 있다는 가정 하에, 전차의 운전자는 레버를 당겨 전차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바꾸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 지를 묻는 유명한 딜레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