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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순길 교수 "낙후지역 상업화, 공공 앵커 역할이 중요"

2021-04-04 10:31 | 이다빈 기자 | dabin132@mediapen.com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연희동의 남쪽이란 의미로 명명된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2030세대 젊은 세대 중심으로 '연리단길'로 불리며 특색있는 가게들과 식당들로 조성된 휴먼스케일의 걷기 좋은 거리로 꼽힌다. 

본래 소규모 노후 주거지로 구성됐던 연남동이 상업화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은 리모델링 및 신축을 통해 단독주택이 주상용‧상업용으로 용도변경 되면서부터다. 연남동 고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외부 계단을 살리며 소규모 가게로 리모델링 된 단독주택들은 빈티지한 감성으로 볼거리를 선사해줬다. 홍대입구역, 이대역과 가까운 입지로 경의선 숲길 공원을 끼고 있어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요인도 충분했다.

연남동의 사례에서 보이는 기존 낙후 주거지의 상업화를 통한 도시재생에 대해 김순길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끌만한 낙후 주거지역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순길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



김 교수는 "특히 공공 인프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연남동의 경우 경의선숲길 공원이 큰 역할을 했다. 낙후 주거지역의 상업화를 이루려면 20대들의 유입이 중요한데 경의선숲길 공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인천공항철도의 역할도 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천공항철도가 이 지역에 들어서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 도착해 처음 닿을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도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에 작은 평수의 주택들이 즐비했던 과거 연남동은 사실 주거지로 좋은 곳이 아니었으나 여러 자본이 투입되면서 단독주택의 용도변경이 이뤄졌다"며 "특히 신축에 비해 예산이 60% 수준으로 저렴한 리모델링이 활발히 진행되며 임대가격도 저렴해졌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13년 주민들의 반대로 구역 해제된 서울시 종로구 창신‧숭인 뉴타운의 사례를 들며 도시 재생 사업에서 공공 앵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공 앵커란 공원, 교통 인프라, 복합문화시설, 교육시설 등 유동인구를 유입시키고 도시의 활력을 불어 넣을 만한 공공이 조성한 시설을 말한다. 

김 교수는 창신 숭인 뉴타운 재생 사업의 실패 원인에 대해 "재생 사업이랍시고 동네에 벽화를 그리거나 소규모 공원을 재정비하는 등의 사업을 벌여도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골목이 좁아 버스 진입이 힘든 문제를 개선해 교통 인프라를 개선한다던지, 장기적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상생 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지역은 2007년 서울의 마지막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의해 2013년 뉴타운 전체 구역이 헤제된 첫 지역이다. 84만6100㎡ 규모 일대의 주택 노후화도 심할 뿐더러 지대 자체의 경사가 심하고 이동수단이 들어갈 수 없는 좁고 굽이진 골목길로 구성돼 주거 환경 개선이 절실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창신‧숭인을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어 "공간의 여유가 있는 공공시설을 이용해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 동네 곳곳에 있는 주민센터의 로비나 공용공간을 활용해 행사, 교육, 상업 활동을 위한 플랫폼으로 조성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그와 같은 행사들을 모두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주택 공급기조 관련해서는 주거 환경에 미칠 부작용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국토부는 지난 2월 2.4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시내 도심고밀개발을 통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가구, 전국 83만가구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도심고밀개발을 통하면 기존 저층 노후 주거지가 고층 아파트로 변모하고 역세권 개발을 통해 용적률이 높아지는 동시에 지하주차장을 없애 아파트 세대 수가 늘어난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은 맞지만 주거 환경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주변의 상권과 함께 연결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책을 만들 때는 한 쪽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주택 임대차보호법을 만들었던 취지는 좋았지만 한 쪽 풍선을 누르자 한 쪽이 부풀어 오르는 역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슷한 예로 이대에 위치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공급 극대화를 위한 역세권 특별 공급 계획에 의해 주차 시설 없이 빽빽하게 조성됐다"며 "이후, 입주민들 중 자차를 보유한 많은 주민들이 주차공간이 없어 인근 골목에 주차 하게 되면서 주거 환경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순길 교수는 기존 개발이 더뎠던 지역의 급속한 상업화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상가 임대차보호법 등의 장치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김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임대료가 과도하게 치솟는 것"이라며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소상공인들은 쫓겨나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임대료를 많이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 겹치며 추후에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한 주택 임대차보호법과는 대비되게 상가 임대차보호법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됐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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