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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굴뚝농성, 파업이 아니라 '점거파괴' 범죄였다

2015-01-16 16:0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파업(strike)과 점거 파괴(sabotage)의 구분도 못하는 시사대담프로

   
▲ 박종운 논설위원
“굴뚝 위 노동자에 웬 벌금? 외국선 이해 못해”이라는 제목의 CBS라디오 대담프로를 들으면, 민주화된 대한민국이 합법적 파업에 대해서도 처벌하고 있는 미개한 나라인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제33조 1항에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조항이 있고, 게다가 근로기준법, 그리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엄연히 파업권이 있다. 따라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담자는 민주 대한민국이 파업에 대해 처벌함으로써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듯이 오도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말하는 파업이란 말 속에 점거 파괴를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법대 나오시고 법대 교수씩이나 하시는 분이 좌파 특유의 '용어혼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갈라서 볼 정도로 철저하게 말해야 할 분이, 법조문에 있는 구분조차도 무시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본디 파업은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이고, 점거파괴는 사업체의 가동을 강제로 멈추도록 하기 위하여 시설물을 점거하거나 시설물을 파괴하는 방해 행위다.(*사보타지의 사보는 본래 프랑스 농부들의 나막신인데, 나막신으로 밭의 작물을 훼손한데서 나온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업은 보장하지만, 점거 파괴 등의 폭력 방해행위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폭력행위등의 금지)에서 "①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쌍용차는 판매격감과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인수했다. 중국업체도 손을 떼었다. 그후 우여곡절 끝에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인수했다. 

   
▲ 쌍용차 해고 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지난달 14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안 70m 높이의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뉴시스
이럴 정도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조조정 없이 가자는 것은 함께 죽자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구조조정 끝에 다시 회생하면 우선 채용할 수 있지 않은가? 대법원도 2014년 판결에서 쌍용차의 2009 정리해고는 정당했다고 하였다.

우리는 몇해전 쌍용차 점거농성이 얼마나 심했었는가를 잘 기억하고 있다. 볼트 새총이 난무했고, 점거로 인해 생산은 불가능했고, 기계에 모래를 집어넣어 망가뜨리기도 했음을...

이것은 시장봉사자인 기업이 소비자에게 봉사할 길을 가로막는 방해행위였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시장경제로 발전하는 어느 선진 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행위를 용납하는가?

점거파괴행위에 대한 민사적 처벌은 대한민국의 독창적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영국 대처수상 집권 이후 노조민주화와 시장에서의 소비자주권의 확립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영국은 대처 수상 집권 후에 노동관계에 크게 두 가지 중요한 개혁을 했다.
첫째는 노조의 민주성을 강화하였다. 노조간부의 이익이나 판단에 따라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노조원의 비밀 무기명투표를 거쳐서 파업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노조 간부들은 탄압이라고 했지만, 노조원들은 민주주의적 권한강화에 환호했다. 

둘째로 공권력에 의한 강제력 행사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도록 민사적 절차에 호소하였다. 시장에서는 남의 물건을 훼손하거나, 남이 봉사할 기회를 막는 것은 범죄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가능하면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방법이다. 그것이 실제 피해보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개혁을 통해 파업권은 행사해도, 점거 파괴로 인한 피해는 반드시 변상해야 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의 노조는 무책임 노조원에서 책임노조원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대처 개혁의 더 큰 영향은 노동당의 환골탈태도 가져왔다는 점이다. 노동당이 노조간부의 정당에서 노조원의 정당으로 변모한 것이다. 투표권을 노조별로 주던 것에서 노조원에게 주는 것으로 민주화되었기 때문이다. 대처이후 집권한 토니 블레어총리는 이러한 노조민주화가 만들어낸 젊은 수상이었다. 세계사의 흐름이 이러했고, 대한민국도 그에 적극 올라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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