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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발견? 국제시장과 이케아가 답하다

2015-01-20 09:2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주말이 되면 이케아 진입 도로가 차로 가득하다는 소식이다. 경기도 광명시가 2012년 이케아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공언한대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광명시가 뒤늦게 이케아를 대형마트로 분류해 주말영업을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주변 가구업체들이 못살겠다고 항의한 것이 강제휴무 검토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케아로서는 예상 밖의 상황일 것이다. 광명시가 사전에 그러한 조건을 미리 제시했더라면 이케아는 어쩌면 광명시 입주를 포기하고 다른 지자체를 물색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케아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공급자를 소비자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국적의 문제가 아니며, 심지어 우리의 이웃의 문제도 아니다. 다시 말해 이케아를 찾는 소비자들은 국산품을 무시해서가 아니며, 더욱이 광명시의 중소가구 상인들을 차별해서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보기에 싸고 좋은 가구를 이케아가 제공하기에 이케아로 몰려들 뿐이다.

   
▲ 2014년 12월 18일, 이케아 코리아가 국내 매장 1호인 이케아 광명점을 오픈한 가운데 수많은 인파들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서있다. /사진=뉴시스
그렇게 보면 이케아는 한국의 가구생산자들에게 소비자들이 어떤 가구들을 선호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오히려 중소가구 업체들로서는 좋은 경쟁 상대가 등장한 것이다. 이케아 앞이 인산인해인 것은 누군가가 그런 제품을 발견해 세상에 내놓아 주기를 우리 스스로가 학수고대했다는 반증이다.

그런 시선을 영화시장으로 돌려보자. 지금 영화시장에선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 초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3일자로 1000만 명이 ‘국제시장’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명량’에 이은 또 하나의 대박 영화가 됐다. 이 영화는 어떻게 1000만 관객 대열에 합류했을까. 업종은 전혀 다르지만 이케아의 경우와 사정은 똑같다.

영화시장에는 ‘국제시장’과 같은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수요자인 관객들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윤제균 감독은 그런 관객들의 잠재된 수요를 알아봤을 뿐이다. 이 역시 시장의 발견이다. 물론 시장이 “저, 여기 있어요”라고 손을 흔들지 않았다. 그것은 ‘너의 관객을 알라’(Know your audience)는 오래된 흥행의 비결,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감독의 기업가 정신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다.

   
▲ 영화 '국제시장'.
다만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1000만 관객을 확신하지 못했을 뿐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케아처럼 우리의 가슴에 잠재했던 어떤 시장을 건드렸다. 그것도 제대로 건드렸다. 필자는 그것이 우리의 몸 속 깊은 곳에 있었으나, 오랜 동안 잊고 있었던 ‘고생, 보람, 애국 DNA’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동감을 자극할 때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같이 웃고, 같이 울고 싶어 한다.

그러한 공감은 이케아의 경우처럼 자신이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했을 때 남들에게 권하려는 심리와 같은 것이다. 그것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입소문’과 ‘평판’이다. 입소문과 평판은 수요자를 무시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실패를 통해 그것들을 ‘진화’시키게 된다. 이케아가 처음부터 히트하는 상품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 것이며, 윤제균 감독 역시 처음부터 손대는 영화마다 ‘대박’은 아니었다. 수요자를 알아가고 시장을 알아가며 자신을 알아가는 진화의 과정이 오늘날 이케아와 윤제균 감독을 만든 힘이다. 따라서 소비자와 관객을 존중한 그들 역시 시장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국제시장’의 이야기가 이른바 ‘아버지 세대’만이 아니라 ‘청춘’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킨 것은 생물학적 DNA뿐만 아니라 문화적 DNA도 세대와 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함께 영화 보러 갔다가 모두의 눈가가 붉어져 나온 것은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역사’를 공유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는 우리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 흥남부두가 있고, 눈물이 있고, 죽음이 있고, 삶이 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풀어놓기를 바랐던 시장이 바로 국제시장이 아닐까. 가난을 극복한 이런 주인공들의 당당함에 우리는 매료됐다. 혹자는 ‘국제시장’ 이야기가 진부하다고 평한다. ‘토가 나온다’거나 ‘그걸 영화로 꼭 봐야 하느냐’는 평론가도 없지 않다. 상관없다. 이들은 고전 명작 벤허, 로마의 휴일, 춘향전, 장희빈 등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보고 또 보는 이유를 모르는 듯하다.

이케아의 컨셉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이 이케아를 계속 찾듯이, ‘국제시장’에 공감한 관객들은 ‘국제시장’과 같은 영화를 계속 찾게 된다. 그래서 ‘국제시장’과 같은 영화는 또 나올 것이다. 이케아가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미래형 식탁을 디자인 할 때, 한국 영화계의 누군가는 이 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스러져 갔던 이들의 가평 전투와 서울 수복, 장진호 전투의 이야기를 영화로 준비할 수도 있다.

시장은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다. 도전한 사람만이 기쁨을 얻는다. 많은 사람이 가지 않을 것 같은, 돈을 내고 보지 않을 것 같은 국제시장의 발견은 오롯이 공급자의 위험감수의 결과다. 이들은 시장을 발견했고, 투자했고, 우리는 반응했다. 흥미로운 것은 ‘국제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젊은이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왔고 울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가르치는 고교 학생들도 국제시장을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젊은 층은 아이돌과 걸 그룹만을 원한다’는 편견을 국제시장은 보기 좋게 깨줬다. 아이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해 살았던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삶에 대해 잘 모른다. 아이들을 탓할 이유는 없다. 어른이 잘 가르치지도 않았지만 살아가는 시대가 변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구 회사 이케아와 영화 국제시장은 ‘좋은 상품은 소비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시장의 원칙과 우리 안에 잠재된 가치를 새삼 일깨워줬다. 그러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교사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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