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권이 최근 월 해외송금 한도를 제한하고 나섰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커지자 차액 거래를 노린 불법 외환거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에서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해외송금 한도를 줄이는 등 자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불법 거래를 걸러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각 일선 영업점에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내려 보내 불법 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 관련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증빙서류가 없이 5만달러 이내 송금을 요청하거나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경우 송금을 거절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외국인‧비거주자가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1만달러를 초과한 금액을 해외로 송금할 경우 영업점에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본인 자금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존에는 비대면으로 연간 개인 해외송금 한도인 5만달러 내에서 자유롭게 송금이 가능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및 비거주자 해외송금 거래시 외국환거래 규정 위반, 자금세탁,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 보이스피싱 편취자금의 해외 반출 등에 따른 고객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나은행도 최근 비대면 해 송금이 가능한 '하나이지(EZ)'의 월 한도를 1일 1만 달러로 낮췄다. 우리은행도 지난 19일부터 중국으로 보낼 수 있는 비대면 송금에 대한 월 한도를 1만달러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 서비스에 '월 1만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연간 5만달러 이내에서 건당 최대 5000달러씩 매일 1만달러까지 중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창구에서 직원이 의심스러운 거래를 확인하고 있고, 비대면은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만 막아도 대부분의 가상화폐 관련 의심거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중국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김치 프리미엄을 통한 차익을 챙겨 중국으로 대규모 송금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올해 월별 비거주자 해외 송금 추이를 살펴보면 이달 지난 13일까지 중국으로 송금된 금액은 9759만달러(약1090억원)다.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929만3000달러)의 10배에 달하며, 지난 3월 송금액(1350만4000달러)의 7배를 넘는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해외송금 월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불법 거래를 걸러내기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