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공무원연금, 적자라는 말이 맞을까
공무원연금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부의 성실하지 못한 답변 태도를 두고 한 목소리로 질타해서 화제다. 행정위원회(공무원연금개혁 특위)는 21일 전체 회의에서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공무원연금 주무부서 관계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정부가 제출한 공무원연금개혁 관련 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 가운데,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공무원연금 적자”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정진후 의원은 ‘공무원연금 적자’ 표현에 대해 “공무원 개개인이 낸 돈으로 연금이 조성됐고 국가가 관리해 온 만큼 적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마치 국민 세금으로 메꿔진 적자 연금을 받는 인상을 준다”고 밝혔다.
필자도 정진후 의원의 말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공무원연금 적자라는 표현은 부정확한 말이다.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정황과 사정을 제대로 드러내기엔 정확하지 않다. 적자의 사전적 의미는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생기는 결손액’이다. 적자라는 단어의 어원은 장부에 기록할 때 붉은 글자로 기입한 데서 유래한다. 흑자는 그에 반해 검정 글자로 기입한다.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5회의실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제2차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공무원연금의 경우 지출(퇴직 공무원 연금 수령액)이 수입(현직 공무원 연금 납부액)보다 많긴 하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적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적자가 하나의 의미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은 적자재정, 적자연금으로 표현하기엔 충분치 않다.
공무원연금은 ‘적자’가 아니라 ‘고갈재정’, ‘파탄재정’, ‘거지재정’, ‘눈덩이재정’, ‘피라미드재정’ 등으로 말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1960년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1993년 지출과 수입이 역전되었다. 지출이 더 많아져 연금재정 수지에 (사전적인 의미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연금기금 잠식은 1995년 연이어 시작되었다. 공무원연금 장기재정전망 지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재정의 36.4%를 국가에서 정부보전금이라는 명목으로 부담하게 된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공통적인 구조이지만 공무원연금은 현직에 있는 후배 공무원이 납부하는 기여금으로 선배세대인 퇴직 공무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를 수입, 지출로 따지고 있으며 여기서 부족한 금액을 정부로부터 보전 받고 있는 것이다. 피라미드 방식의 재정인 공무원연금은 이미 고갈된 재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게 손을 벌려 거지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2001~2009년 보전금 규모는 5조 8000억 원이었다. 2010~2020년까지 36조 원의 정부보전금이 들어간다고 한다. 공무원연금개혁 없이 현 제도 그대로 운용될 경우, 2080년까지 공무원연금에는 1278조원의 정부 보전금이 들어간다. 굴러 내려가는 눈덩이가 점점 커지듯이 정부가 메꿔야 하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꼴이다.
공무원연금은 적자가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공무원의 대변자가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잘 살펴봐야 한다. 행정위원회(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표현을 똑바로 하라. 공무원연금은 적자가 아니다.
정부재정은 현 세대인 국민이 내야하는 세금이거나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국채로 충당된다. 정부재정은 국민 세금과 우리 후손의 빚으로 메꿔진다. 공무원연금은 이러한 정부재정에 기댄 ‘거지재정’, ‘기생재정’이나 마찬가지인 연금이다. 적자라는 말로 공무원연금의 내막과 실정을 다 담을 수 없다. 정진후 의원, 말 한번 잘하셨다. 공무원연금, 이참에 제대로 표현하기를 소원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