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
제동장치가 없는 이동수단은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엄청난 재앙과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내달리는 것은 쉽다. 그러나 적당한 순간에 멈추는 것은 어렵다. 음주나 오락, 스포츠 등은 적당한 때에 멈출 수 있는 제어능력이 있을 때에야 유효한 것이다.
골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제동능력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멀리 똑바로 날리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비거리를 늘리는 데 땀을 쏟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 적당한 위치에 정확히 볼을 보내는 일이다. 즉 절제된 샷을 날리는 것이다.
비거리에 매달려 크고 힘찬 스윙을 고집하는 사람에겐 절제된 샷은 정말 힘들다. 풀 스윙은 잘 하지만 2분의1, 4분의3 스윙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 골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제동능력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멀리 똑바로 날리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비거리를 늘리는 데 땀을 쏟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 적당한 위치에 정확히 볼을 보내는 일이다. 즉 절제된 샷을 날리는 것이다./삽화=방민준 |
10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샷이나 그린에서의 퍼팅은 힘껏 휘두르는 동작이 아니라 적절하게 제어된 동작에서 나와야 한다. 어프로치나 퍼팅이 전체 타수의 3분의 2가 넘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골프는 제어된 스윙과 샷이 지배하는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는 기능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감정적 측면에서도 많은 제동력을 필요로 한다. 웬만한 아마추어골퍼라면 연속적으로 버디를 하거나 파 행진이 이어지면 흥분을 제어하기 어렵다. 내친김에 신기록을 작성하겠다는 욕심이 일어나고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지금까지 유지해온 조심스런 제동력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흥분을 제어하지 못하고 기분 가는 대로 플레이 했을 때 얻는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바로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순간이다.
골프장 어딘가에 천국과 함께 지옥이 도사리고 있음을 수없는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는 골퍼라면 결코 승산 없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티샷을 날리고 어프로치의 느낌이 좋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흥분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질주하려는 충동에 강한 제동을 걸줄 안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 역시 소리의 제어에서 나오는 것이다. 단원 각자가 맡은 악기를 제멋대로 힘껏 연주하거나 목청껏 노래한다고 가정해보자. 참고 들을 수 없는 끔찍한 소음 덩어리가 되고 말 것이다.
스윙에, 마음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골퍼야말로 18홀을 끝내고 장갑을 벗을 때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