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빅2’ 인터넷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을 두고 격전을 벌일 모습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제3 인터넷은행 진출을 노리는 토스뱅크가 오는 3분기께 출범을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두 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조정‧강화하는 한편, 신용평가모델 고도화 등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제3 인터넷은행 출범을 앞둔 토스/사진=연합뉴스 제공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오는 3분기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당초 금융감독원의 본인가를 거쳐 7월 출범을 예상하는 시각들이 많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의 퇴임으로 원장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본인가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인터넷은행은 금감원의 본인가가 떨어지면 3개월 내로 출범하면 된다. 시기상 3분기 중 출범이 유력한 상황이다.
토스뱅크 측은 금융당국이 지난달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중저신용자 여신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한 걸 언급하며,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상품 출시를 암시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달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이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에 인색했다는 게 시장 평가"라며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에 부합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을 인허가해준 건 신용이 부족한 차주에게 적정금리의 대출상품을 제공해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상품이 고신용자 ‘쏠림현상’을 보인 게 화근이 됐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뱅크 출범을 두고) 토스뱅크가 금융을 업으로 그동안의 기술과 노하우 등 핀테크 경쟁력을 축적한 만큼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며 “본인가를 거쳐 오는 3분기께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빅2 인터넷은행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카뱅은 12일부터 중저신용자(신용등급 하위 50% 및 KCB 신용점수 기준 820점 이하) 대상 대출 금리를 최대 1.2%포인트(p)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카뱅 측은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던 신용대출 상품의 최고한도는 하향 조정된다. 마이너스 통장대출은 기존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들고, 신용대출은 건별로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하향조정된다.
대신 카뱅이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마련한 중신용 대출상품 최고 한도는 7000만원으로 유지한다. 카뱅은 지난 3월 이 상품 한도를 최대 5000만원에서 현행 수준으로 확대했다. 카뱅의 중신용대출 공급액은 지난해 1~4월 567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08% 폭증한 1180억원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는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카뱅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번에 (인터넷은행의 역할을) 명확히 한 만큼,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상품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카뱅은 중저신용자 및 금융 이력 부족자를 위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도 기존 대출상품을 정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을 연내 출시하는 한편, 현재 출시한 ‘신용대출 플러스’ 상품을 강화하는 쪽으로 금융당국의 중금리 요구조건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러스 상품의 경우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차주에게 6.5% 이하의 금리로 공급해주면 되는 만큼, 이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CSS도 고도화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체 거래정보 외에도 KT의 통신정보(요금납부내역 및 해외로밍내역), 비씨카드의 가맹점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신용평가모형에 융합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면 5~6등급 및 경계등급에 있는 고객들이 더 좋은 금리와 한도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현재 사잇돌대출 출시는 검토 중이며, 기존 신용대출 플러스 상품을 중저신용자에게 더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