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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프리즘] 권력 향한 김래원의 '펀치', 그안에 '해바라기' 있다

2015-01-28 16:17 |

벌써 9년 전 일이다. 이전까지 청춘스타에 지나지 않았던 김래원은 단 한작품으로 ‘연기에 눈을 떴다’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비록 관객은 130만에 그쳤으나 영향력만큼은 천만 관객 못지않은 영화 ‘해바라기’ 이야기다.

그로부터 강산이 한번 변할 만큼이 흘렀다. 독기가 서려있던 김래원의 눈에는 어느덧 연륜에서 묻어나는 술수가 젖어들었다. ‘펀치’에서의 술수는 나쁘게 쓰이면 독이고 좋게 쓰이면 정의다. 9년 전 폭력을 벗고 권력을 입은 그의 얼굴에 이제는 좋은 배우의 에너지가 온전히 자리잡았다.

   
▲ 영화 '해바라기' 캡처

2006년 ‘해바라기’ 물질적 폭력을 힘으로 복수하다

데뷔 초기 그는 트렌드였던 청춘스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드라마 ‘학교(1999)’와 영화 ‘청춘(2000)’ 등을 통해 얼굴은 알렸으나 사실 연기력과 캐릭터 구축 면에서 특별하게 뛰어난 배우는 아니었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자 그는 어깨에 힘을 뺀 채 유머러스한 매력으로 어필하는 캐릭터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 영화 ‘어린신부(2004)’ 등이 흥행하며 주연급 배우로도 확고하게 입지를 굳혔다. 로맨틱코미디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06년 ‘해바라기’를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다정다감하고 코믹한 남자로 캐릭터를 굳힌 그의 도전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우려도 있었다.

그는 ‘해바라기’ 촬영 당시 “가족과 떨어져 산지 13년이나 흘러 중요한 결정사항을 부모님과 상의한 적 없다. 그것이 내 기준에서는 옳은 줄 알았는데, 내 스스로만 완벽하다고 생각했을 때 ‘해바라기’의 시나리오를 접했다”며 “한번쯤 이런 남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내 안에 이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고 말했다.

연기경력이 수십년 된 배우들은 후배들의 성장을 가리켜 ‘눈을 떴다’ 혹은 ‘들린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을 빌었을 때 김래원은 ‘해바라기’를 통해 비로소 연기에 눈을 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성하고 사과하며 살고싶은 어눌한 청년에서 모든 것을 잃은 야수로 변해가는 과정에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낸 것처럼 보였다.

특히 극중 오태식이 가족들을 잃게 만든 폭력배들을 향해 “다 가져가야 속이 시원했냐”고 울부짖으며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게 세상 이치라더라. 지금부터 내가 벌을 줄테니 달게 받아라”는 말과 함께 달려드는 장면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될 만큼 김래원의 연기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를 두고 ‘어린신부’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는 “본래 자신과는 다른 이미지로 소모되는데 대한 일종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억눌러온 울분을 폭발시키는 캐릭터를 만나 ‘완전한 몰입’을 가능케 했다는 뜻이다. 그 덕분에 김래원은 청춘스타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 SBS 월화드라마 '펀치' 방송화면 캡처

2015년 ‘펀치’ 권력의 폭력을 술수로 복수하다

‘해바라기’로부터 9년이 흐른 뒤 그는 ‘펀치’를 통해 세상에 복수하는 인물로 돌아왔다. 액션, 드라마, 범죄 등 다양한 장르를 돌아온 그는 9년 전의 분노를 몸이 아닌 술수에 의해 표출한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검사가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더 높은 권력과 맞서는 특이한 이야기는 그의 얼굴에서 시작됐고, 그의 얼굴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미래만 바라보고 달리던 사람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할 때, 그리고 쌓아온 모든 것이 부정되고 가족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무섭게 변하는 남자를 그는 완벽하게 꿰고 있다. 그 감정을 알면서 조절하고 있기에 그의 연기가 더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해바라기’의 오태식이 억눌린 분노를 한꺼번에 표출했다면, 박정환 검사는 이를 자유자재로 이용한다. 자신의 분노를 같은 편은 물론 적에게도 심어 혼란을 일으키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상대를 조종한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한 수 앞서가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가슴 졸이다가 한숨짓다를 반복한다.

‘펀치’와 ‘해바라기’는 ‘불합리한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내는 남자’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표출방법은 폭력과 수사로 나뉘지만, 그 뿌리는 같다고 봐야 한다. 특히 권력의 힘으로 사회의 악(惡)을 저지르는 이들에게 가하는 일침에 대중은 통쾌함을 느낀다. 이 모두가 김래원에서 시작해 김래원으로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이 퀭해지고 눈이 붉어지는 그를 보며 9년 전 ‘해바라기’가 계속 떠오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상대를 부수는 오태식, 세상을 떠나기 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박정환, 이들의 비련한 인생이 마치 한 남자의 인생 역정처럼 느껴지는건 김래원이 그만큼 출중한 배우로 성장했다는 뜻일 것이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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