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보통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처럼 IT 창업을 하거나 실물을 제작해 킥스타터에 출품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고정 관념을 깨고 가족의 피부 질환과 환경 문제를 고려해 탄생한 '엄마표' 브랜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천연세정연구소의 '소이브라운'이다.
여미정 천연세정연구소 대표는 "매스컴을 통해 강과 하천이 거품으로 오염되는 것을 보며 화학 세제에 들어있는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여기게 됐다"며 "시중에는 독성 물질인 설페이트와 코코넛 아미도 프로필 베타인 성분이 없는 제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그러던 와중에 콩으로 만든 천연 세제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를 대량화 해 기존 세제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어떨지 생각한 것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단초"라며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들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심하게 앓기도 해 대학 등 각 기관의 문을 두드리며 연구 자료도 받아오는 등 본격적인 세제 공부에 뛰어들었다.
여미정 ㈜천연세정연구소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연구원들 /사진=천연세정연구소 제공
많은 사업 아이템들 중에 세제를 고른 이유에 대해 여 대표는 "천연 성분만으로도 계면 활성제 등 화학 성분 없이 거품이 잘 나고 잘 씻기는 세제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기술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우리가 발 벗고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여 대표는 "콩에는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단지 이것만 가지고서 세제를 만들면 비린내 때문에 실제 사용 시 애로를 겪게 된다"며 코코넛과 올리브유 등 적정 수준의 천연 원료를 배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여 대표의 목표는 전세계 주방 세제 시장 1위 기업 '프릴'의 시장 점유율 일부를 점하는 것이다. 그는 "콩·코코넛 지방산·올레인산의 천연 계면 활성제를 활용한 원료는 인체에 무해해 생분해 돼 탄소 중립을 골자로 하는 ESG 경영 실천도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천연세정연구소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도 물어봤다. 여 대표는 "당사 세제에는 △콩(대두유) △코코넛유 △올리브유 △글리세린 △베이킹 소다 △구연산 △쌀겨 추출물 △레몬(천연향) 등 천연 원료만 들어간다"며 "콩의 핵심 성분인 레시틴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코코넛유와 올리브유가 천연 유화제 역할을 해 세정력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품 생분해력이 뛰어나 잔여물이 남지 않고 인산염·색소·페놀계·설페이트계·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 등 유해성분이 없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콩 속 알파토코페놀과 이소플라본 성분은 피부 보호 작용을 해주며, 물 사용량이 줄어 세척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파했다.
여 대표는 2018년 12월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소재 아파트형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트랜드에 맞춰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재까지 기계장비, 실험비와 인건비를 외부의 투자없이 전액 사재를 들여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생산 설비를 들여오기 위해 삼송동으로 본사 소재지를 옮겼다. 하지만 매출은 없고 비용만 들인 만큼 영업 적자만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여 대표는 "올해부터 수익이 발생해 4월까지 매출 1500만원을 기록했고, 예약 주문량까지 포함하면 2억원 가량 된다"며 "금융사와 건설사 등에 판촉물을 대량 납품하게 된 것이 급격한 매출 증대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전망과 예상 실적에 대해 "국내 주방세제와 과일 세정제 등 관련 시장은 연간 3000억원 수준"이라며 "설립 첫해는 매출 10억원, 영업이익 5억~6억원, 순이익 2억5000만~3억원을 기록하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여 대표는 오는 2022년 100억원, 2023년 500억 매출을 내겠다며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천연 콩 성분 주방 세제./사진=천연세정연구소 제공
그는 천연세정연구소를 '종합 천연 세정 전문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위생용품·주방용품·세탁 세제·욕실 세제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구상을 했다고 부연했다. 여 대표는 "산업용으로는 워셔액, 세차 전용 세제, 화장품류는 샴푸 핸드워시 클폼, 바디워시, 유아 세제, 애견샴푸를 내는 게 목표다. 개발은 90% 선까지 끝난 상태이며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의 천연세정연구소의 단기 목표는 화장품 제조 면허를 따내 강원도 원주시 의료단지에 공장을 짓는 것이다.
여 대표는 "공기업·관공서·학교·군부대·대기업 및 금융기관 구내식당 외에도 미국·일본·독일·중국 등으로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올해 9월에는 세계 발명대회에 나가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아울러 그는 "유해 계면 활성제가 들어있지 않아 물 사용량을 아낄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절약에도 일조하고 싶다"며 "합성 계면 활성제의 위험성을 전세계에 알려 더욱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