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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김군과 트위터, 그리고 자생테러리즘을 주목하자

2015-02-02 10:2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성시완 범죄심리학자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 군은 한국을 떠나기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IS 가입을 꾸준히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의 트위터에는 IS 깃발 사진이 걸려 있고 IS 조직의 활동 동영상도 여러건 올라와 있었다고 한다.

IS 추종자로 의심되는 한 트위터러는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을 찾으라”며 트위터로 IS 관계자의 전화번호까지 알려 주었다. 김군은 “요즘은 남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 페미니스트가 싫어 IS를 좋아하게 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위터를 이용한 김군과 IS 추종자와의 대화는 12월경까지 계속되었으며 이후 비밀메신저를 이용하면서 트위터상 대화는 중단되었다. 김군이 사용한 비밀메신저는 ‘슈어스팟’이라는 SNS이다. 슈어스팟은 보안성이 높아 IS와 같은 무장테러단체가 회원을 포섭할 때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심리학자는 “본인이 폭력적인 게임을 좋아하고, 상당히 가부장적인 사고도 했었고, 정체감 혼란에 빠져 있다 보니, 유인방법과 김군의 욕구가 부합했다. 결국에는 IS가 지금까지 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던 청소년들에게 ‘우리에게 오면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런 종류의 제안이 결국 김군의 정체감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아마 본인이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김군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과연 이런 원론적 심리분석이 정확한 분석인지, 사건해결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으로 반복해왔던 청소년 비행 심리분석이기에 그냥 그런 것으로 넘어가자.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IS의 대원으로 포섭되고 있다고 한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추산에 따르면 IS에 가담한 외국인이 90개국 1만 8천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튀니지가 3천여명으로 가장 많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순이라고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도 백여명, 일본도 10여명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IS 가담 의혹이 일고 있는 김군. /JTBC 캡처
특히 청소년들의 IS 가담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는 경제적 요인이 꼽히고 있다. IS는 고액의 연봉이나 차는 물론 코란에서 4명까지 부인을 둘수 있다는 율법을 들어 세계의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IS는 이슬람의 어떤 종교적 철학이나 일관된 정치적 구호도 없이 그냥 SNS만 잘하는, 즉, SNS를 통해 세계의 젊은 청소년들을 호도하여 테러의 도구로 삼으려는 그런 집단 정도로 폄하하기도 한다.

콘웨이(Conway)라는 테러학자는, IS나 탈레반 등 현대의 테러조직의 경우 테러조직운영을 위한 기금조성, 정보전달, 보안을 전제한 커뮤니케이션, 정치적 행동, 사이버공포의 확산, 테러조직 구성원의 모집과 동기부여 등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기반한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을 이용한 활동은 노출에 취약한 외부활동에 비해 은밀성이나 파급성의 면에서 탁월하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 비밀스럽게 테러조직이 확산되어 나가기 때문에 일정 진행단계를 거쳐 자생적 테러리즘(homegrown terrorism)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리고, SNS를 통해 테러조직을 활성화할 경우 전 세계 어디에서 누구든지 익명으로 테러조직에 접근할 수 있고 정보제공 주체도 테러집단과 무관한 형태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은밀하게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소위 사이버 은신처(cyber haven)는 오프라인 공간과는 달리 보다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도 특정 온라인 사이트에서의 활동기간이 길지 않아 수사기관의 통제가 어렵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테러리즘의 급진화 과정과 달리 온라인상, 특히 SNS 상에서는 의사소통단계에서부터 조직원 모집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

테러 조직원에 의한 의도적 접근을 시작으로 SNS 기반의 커뮤니케이션과 동기부여, 테러조직원으로서의 자질 검증 및 기본적 교육내용 전달, 그리고 최종적인 테러 대원으로의 영입에 이르기까지 SNS를 비롯한 테러조직의 사이버은신처(cyber haven)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2007년 10월 23일 시행된 미국 「폭력적 급진화 및 자생테러방지법」(The Violent Radicalization and Homegrown Terrorism Prevention Act of 2007)에 따르면, 자생테러리즘은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촉진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와 시민 또는 이와 관련된 부분을 협박하거나 억압하기 위해 주로 미국 또는 미국의 속령 내에서 태어나서 자라거나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집단 또는 개인이 폭력을 계획적·위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라고 정의되고 있다.

IS 김군 사건은 자생 테러리즘이 청소년 비행을 통해 한국에서도 촉발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라 하겠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지리적으로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동기로 묶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공간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회불만세력으로 규합한 증오집단은 자신의 불법적인 가치와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러한 메시지를 널리 알리는데 다시 SNS를 활용하게 된다.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은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그릇된 가치를 전파하여 물들게 만들고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과 같이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을 테러대원으로 영입하거나 또 그들로 하여금 자생테러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극도의 사회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

필자는 김군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경제적 풍요에 대한 동경이 결정적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심리학자가 얘기했던 폭력적인 게임이라든지 가부장적인 사고가 김군 비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군을 시리아로 보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트위터였다고 생각한다.

김군의 비행을 추종하여 IS와 접촉을 시도하려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려 온다. 설마 그러겠느냐는 의심의 단계에 멈추고는 또 잊혀져버리는 사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두 형제가 저질렀던 묻지마 테러와 같은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낙관은 이제 버려야 한다.

현재 김군 사건의 경우 어떤 문제 의식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건이 되어 버렸다. 위기의 한국 청소년들, 트위터, 자생테러리즘이라는 이 세 가지 테마를 두고 다시 한번 김군 사건을 되짚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성시완 범죄심리학자, 범죄학 박사, 죄와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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