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한국의 나스닥을 표방하며 탄생한 코스닥 시장이 1일로 25돌을 맞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20여년 만에 천스닥 시대를 활짝 연 코스닥이 하반기에는 더욱 도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개장 25주년을 맞아 발표한 주요 성과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19일 역대 최대의 하락률(11.6%)을 기록하며 500포인트(p)아래까지 뚝 떨어졌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지난 4월 12일 기준점인 1000p를 회복했다. 코스닥이 1000을 넘어선 건 20여 년 전인 200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 심리 회복 등으로 빠른 정상화…시장 규모 확대
코스닥 시장의 빠른 정상화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부양 의지 및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이 작용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진단·치료 등 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반등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427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출범 당시인 지난 1996년 7월 1일 시가총액이 약 7조6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0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출범 당시 23억원에 불과하던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12조원 넘어서며 50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341곳에 불과했던 코스닥 상장기업 수도 1500개사를 넘어섰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신규 상장 기업 수가 100개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상장 기업 수 1000개사를 돌파한 지 14년 만에 1500개사 기록도 새로 썼다.
코스닥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 추이. /그래프=한국거래소
◆시장 구조 재편 등 질적 개선도 성장세 한 몫
미국 나스닥을 표방해 만들어진 만큼 코스닥 시장은 과거 통신장비, 인터넷, 부품 등 IT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성장 업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문화컨텐츠, 반도체,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변화는 코스닥 주요 업종별 시가총액 비중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IT관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9년 68.1%에서 올 6월 15.3%로 대폭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문화콘텐츠는 1.2%에서 9.6%, 반도체는 2.8%에서 11.5%, 바이오·헬스케어는 0.4%에서 16.7%로 확대됐다.
코스닥의 시장 구조 재편을 뒷받침 한 건 거래소의 ‘혁신적 상장 제도’였다. 거래소는 기술특례 등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상장제도를 개편함으로써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상장 문호를 확대했다.
지난 2005년 도입한 기술특례상장은 코스닥 상장의 메인 트랙으로 안착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현재 영업 실적은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이 △전문평가기관 기술평가 △상장 주선인 추천을 통해 상장이 가능한 제도를 의미한다.
거래소는 바이오 업종에 국한했던 기술특례 대상을 지난 2013년 4월 전 업종으로 확대했고, 사업모델 평가, 시총 우수기업에 대한 기술평가 절차 간소화 등 유형을 다변화했다.
이 결과 AI 등 비(非 )바이오 기업의 비중이 증가했고,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수는 제도 도입 15년만인 지난 2020년 10월 100개사를 돌파했다.
거래소는 시장 구조 재편과 더불어시장 신뢰도 제고에도 힘썼다. 부실 기업을 퇴출시키고 기업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등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일례로 상장폐지실질심사를 들 수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실질심사를 통해 89개의 부실 기업을 시장에서 조기 퇴출시켰다. 또 지난해 2월에는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게 제약·바이오 산업의 맞춤형 공시 가이드라인도 제정했다.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 로비 /사진=미디어펜 홍샛별 기자
◆연기금, 코스닥 비중 확대에 더 간다
시장에서는 25주년을 맞은 코스닥이 올해 하반기에는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닥은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6월 30일 1029.96에 거래를 마쳤다. 상반기(1~6월) 코스닥 지수는 6.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4.7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코스닥과 코스피의 전년 동기 대비 수익률 차이를 의미하는 상대수익률 역시 현재 –20%에 달한다.
코스피 신고가 랠리에서 소외됐던 코스닥이지만, 최근에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는 2.9% 상승한 데 비해 코스닥은 4.91% 상승하며 간극을 해소하는 모습이다.
특히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며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2240억원을 팔아치웠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22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3~7월 코스닥은 코스피를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했다. 작년 9월부터는 금리가 상승하고 가치주 강세 흐름이 나타나면서 코스닥의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이 시작됐다”며 “올해 3~4월 일시작인 코스닥 강세 현상이 재개됐고, 이후 코스닥의 언더퍼폼이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다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