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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복지·증세…그리스 비극 따라가는 대한한국

2015-02-08 09:2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연말정산, 무상복지 논란으로 시작한 정계의 화두는 어느새 복지축소냐 증세냐의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오늘날 포퓰리즘의 덫에 걸려있는 한국이 큰 벽에 걸린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비현실적인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포퓰리즘 정책이 그 예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민에게 인기 있는 복지정책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온다. 포퓰리즘이 판을 칠수록 국민 삶의 질은 점점 낮아질 것이 뻔하다. 표퓰리즘은 곧 쇠퇴로 가는 길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9일 <나라 망치는 포퓰리즘, 그리스 따라가는 한국> 정책토론회 자리를 통해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 사례 및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복지국가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 아래 글은 토론자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의 토론문이다

 

   
▲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현재 대한민국은 복지 축소냐, 증세냐의 기로에 서 있다. 2015년 정부 총 예산 375조 원 가운데 복지예산은 115조 7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0.8%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GDP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OECD 국가들 가운데 밑바닥이라는 주장이 인터넷 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잘 사는 나라 클럽인 ‘OECD에 들어간 것만 해도 어디인가’라는 시각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OECD에서 하위권이라면’ 경제상황은 생각지 않고 열을 올리는 것이 언론의 수준이다.

GDP 대비 복지예산 OECD 하위권 주장은 남북한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지출되어야 하는 국방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에 근거한 비논리적 주장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특히 복지선진국이라는 유럽 국가들이 대한민국과 같은 국방비 부담을 지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국방비를 GDP 대비 2.6% 정도 쓰고 있는데 독일이 1.34%이니 거의 두 배를 쓰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1988년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1988년 4.02%에서 2013년 2.6%로 감소한 것이다. 국방비 비중은 항상 분쟁지역으로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레바논을 제외하고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이다.

   
▲ GDP 대비 국방비 비중. /사진=데이터 출처 세계은행(World Bank), 2015년 1월 20일 

2015년 대한민국의 국방예산은 37조5천억 원에 달한다. 국방예산 가운데 2분의 1인 18조 원 정도를 복지에 더 투입하면 무상 시리즈 복지도 상당부분 해결되고 그렇게 수십 년 지속되면 유럽 복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복지예산이 될 것이다. 경제력, 국방비 지출 필요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OECD 국가들과 복지비용 비교는 무지하기까지 하다.

나아가 복지란 오랜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권 보장과 함께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200년이 넘는 산업화 과정을 겪은 유럽 국가들에서 만들어진 복지수준과 고작 55년의 산업화 과정으로 창출한 부(富)로 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대한민국과의 단순 비교는 같은 출발선상에 있지 않은 두 마라토너가 달린 거리를 비교하는 식의 비합리적 비교이다.

복지 축소를 택할 것이냐 증세를 택할 것이냐의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복지지출 등으로 재정 파탄이 난 그리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분석한 권혁철 소장님의 발제는 시의 적절하다. 많은 학자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대한민국은 그리스와 다르고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발제문은 지금의 상태로 가면 그리스 국가부도와 유사한 사태가 앞으로 25년 혹은 늦어도 35년 후에는 우리의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감성적으로는 대한민국이 그리스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이 그리스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에 동의한다.

특히 정치인의 무능(無能)과 부패(腐敗)로 인한 정치실패가 재정위기의 원인이 된 부분은 그리스와 대한민국이 상당한 유사점을 가진다. 그리스를 재정위기에 빠뜨려 망친 것은 그리스 정치인들과 포퓰리즘 민주주의 정치였다. 2015년 1월 집권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좌파 경제학가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그리스 국민들이 겪고 있는 긴축의 고통이 외부로부터 온 것이라는 발언에 대하여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한마디로 “그리스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유로존의 긴축처방 때문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그리스 정치지도자들의 정책실패 탓”이라고 반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2009년 그리스 재정 위기를 가져온 것은 방만한 재정 운용 때문인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좌파 사회주의의 ‘남 탓 의식구조’는 여전하다.

그리스 재정위기는 지난 40년 넘게 지속되어온 포퓰리즘 정치에 기원한다. 한 마디로 그리스 3대 유력 정치 가문 내지는 ‘왕조’의 족벌이 끼리끼리 그리스 국부를 나누어 먹었다. 3대 가문은 파판드레우, 카라만리스, 미초타키스 가문이다. 3대 가문은 국가를 사유화 하여 정부 곳간을 친구와 친척에게 나누어주고, 행정조직을 비대화 하였다.

이들 가문은 “부유층은 세금을 탈세하고,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고 곳간을 열어 주는” 정치를 만들었고, 그러한 기반으로 부유층과 공무원들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유지했던 것이다. 아버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복지 확대로 망친 경제 파탄을 물려받은 아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가부도를 막으려 긴축 정책을 도입과 공공부문 구조조정 착수하였던 것을 NYT는 아버지의 원죄를 아들이 수습하는 그리스 비극(Greek tragedy)에 빗대었다.

   
▲ 그리스 포퓰리즘의 비극 

반시장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선택한 그리스 정치권이 국가부도의 재정위기를 초래한 첫 번째 핵심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선거에서 뽑아준 것이 위기의 두 번째 핵심이다. 포퓰리즘 정치인을 지지하고 뽑아준 국민들 역시 재정위기의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수준만큼 성장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좋아할 복지정책, 재정확대 정책들을 마구 만들어 제시하고, 그로 인해 인기를 얻어 집권하고 권력을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모두 민주주의에서의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민주주의 선거와 포퓰리즘은 분리될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선거와 포퓰리즘의 결합은 ‘(그리스) 비극의 시작’이고, 비극은 대개 자살로 끝이 난다. 그래서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승리는 긴축 5년으로도 경제는 나아지지 않고 실업율 28%, 청년실업율 49%의 상태에서 그리스 국민의 마지막 선택으로 보인다. 부채 재협상이라는 마지막 선택이 반전(反轉)이 되어 희극으로 끝날지 아니면 ‘자살’이라는 파국을 향한 비극의 마지막 장이 될지는 신(神)의 선택이다.

대런 아제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제도의 포용성 및 착취성’이란 관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추락을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조만간 ‘그리스 비극’(greek tragedy)이란 장(chapter)에서 그리스 포퓰리즘에 의한 재정 파탄이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은 재정의 낭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정 낭비를 가져오는 제도가 일시적이 아니라 의식화되고, 시스템화 또는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를 들어 보편 복지를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든데 국민의 마음과 머릿속에 “모두에게 공짜”라는 의식이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 의료적자,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전세자금대출 등 제도가 자리 잡게 되면 정치인들은 새로운 복지 수요와 대상을 찾아 발굴하여 다른 분야로 복지가 확대된다.

한 분야의 무상복지가 다른 분야로 급속히 확대 적용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한민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수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공짜 복지’가 사회 전 분야에 퍼지게 되면 공자는 더 이상 시혜(施惠)가 아니라 ‘권리(權利)’가 된다. 그래서 좌파 사회주의자와 포퓰리즘 정치인에게 복지는 모든 이의 권리가 된다. 정부가 인간의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국채를 발행하여 후대에 부담을 물려주는 행위도 부끄러운 행위가 아니라 정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과업이 된다.

모든 위기(비극)의 출발은 정치이고 정치실패였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에 페론(Peron)당이 만들어지고 노조를 정치 기반으로 삼아, 돈을 풀어 유권자와 노조를 매수하고, 공무원 임금 인상으로 공무원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는 방식은 그리스 정치에도 똑 같이 적용되었다. 3대 가문이 공무원들을 매수 하던가 부패를 허용하고 부유층은 세금을 탈세하게 하여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였다, 결국 그리스의 부를 팔아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러한 악마의 거래는 아르헨티나가 이미 경험한 것이었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에서 벌어진 포퓰리스트 정치인과 국민간의 ‘악마의 거래’와 대한민국 2012년 대선 당시 벌어진 공약 경쟁들과 무엇이 다른지 찾기 쉽지 않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야당의 복지 약속과 유사한 약속을 하면서도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했었다. 그리고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통해 27조원, 비과세·감면 축소로 18조원, 세출구조조정으로 84조원 확보를 호언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중소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 되어 중도에 폐기되었고, 비과세·감면 축소는 최근 연말정산과 관련한 납세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으며, 세출 구조조정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확장 정책으로 이미 작년에 포기한 사안이다. 그리고 지난해 세수는 11조원 부족했다. 세수결손 액은 지난 2012년 2조 8,000억원, 지난 2013년 8조 5,000억원, 그리고 2014년 11조 1,000억원이다. 정부는 2015년 세수부족을 3억원대로 예상하지만 그것은 낙관적 예상일뿐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정치권이 복지 축소나 증세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올해 수준 이상으로 보여 진다.

   
▲ 증세는 무상복지를 선별복지로 개혁한 후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무상복지라는 말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복지와 증세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혁철 소장님은 국가예산처의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근거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15년 37%에서 2030년 58.0%로 높아지고, 35년 뒤인 2050년에 121.3%까지 증가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시작된 2009년 국가채무 비율이 115%였으니 2050년 정도에 대한민국이 재정위기 국가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붕괴하거나 변고가 생겨 남북한이 통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독은 동서독 통일 이후 통일비용 지출에 따른 경제적 여파로 10년이 넘게 경제가 흔들렸다. 서독의 경제력과 동서독 1:4 경제격차가 그러할진대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남북한 1:10 이상의 경제격차로는 통일 이후 5년 정도만 되어도 각종 통일비용 지출 때문에 재정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통일의 국민인데 남한주민이 받는 복지를 북한 거주 주민이 받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더 가난하고 시급한 복지 대상이 북한 거주 주민이라는 논리를 부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남북한 통일을 고려한다면 대한민국의 재정위기는 십 년 이상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그리스의 포퓰리즘 민주정치가 다르지 않음을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그리스의 경우 중도우파의 신민주당(ND)과 중도좌파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양당은 지난 41년간 선거를 통해 정권을 주고받으며, 오늘의 부끄러운 그리스를 만들었다. ‘(묻지마) 퍼주기’에는 우파와 좌파가 따로 없었고 서로 더 많이 주기를 경쟁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돌이켜볼 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 보편 복지공약을 놓고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리스처럼 대한민국 또한 민주당 정권 1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권 10년을 통해 무상복지와 비효율적인 지방 SOC 사업 추진으로 여·야 없이 경쟁했다. 그리고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적자와 파산으로 달려가고 있다.

둘째, 그리스에 국가를 사유화 하여 친구와 친척에게 나누어주고 행정 조직을 비대화시킨 3대 가문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영호남과 충청의 지역주의가 있다. 영호남과 충청 모두 지역을 사유화 했고 지방 공무원 조직을 늘리는데 혈안이 되었고 지방 재정을 끼리끼리 나누어 가졌다. 그리스가 3대 가문이 부패의 온상이라면 대한민국의 영호남과 충청 역시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근거한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지역주의 역시 극복의 대상이다.

셋째, 그리스의 포퓰리즘 정치와 대한민국의 포퓰리즘 정치는 선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서 매우 유사하다. 대중 선동적인 포퓰리즘 지도자보다는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가 주가 되었다.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였다고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주라”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의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소통의 정치’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요즘의 ‘소통’이 아니던가.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란 진솔한 대화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소통이고, “그게 아닙니다”하면 ‘불통’과 ‘꼴통’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통은 민주주의 정치이고, 불통은 독재 정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포퓰리즘 민주주의 정치의 아이러니는 그리스와 대한민국이 유사하다.

넷째,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현재 재정 수준으로 복지확대가 어렵다면 복지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현 수준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정부가 재정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복지를 축소하기 보다는 대기업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소득이 높은 계층에 세금을 더 내게 하는 정책을 표방하는 정치집단을 선거에서 뽑아줄 것이다.

그리스 국민이 현재의 긴축을 완화시키고, 부채 탕감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하는 급진좌파연합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치권은 복지 축소와 증세 모두 논의하는 듯하다가 법인세 인상 논의로 방향을 잡고 있다. 복지기반 확충을 위한 경제성장율 올리는 규제개혁이나 투자여건 조성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정치가 그리스 정치실패를 따라 가는 듯 보여 두렵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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