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9시 등교, 더 지각하는 아이들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은 9시 등교다. 2014년 9월부터 경기도 모든 학교들은 9시 등교를 실시했다. 금세 한학기가 지났다. 이재정 교육감은 “맞벌이 부부에게도 문제없다”고 밝히면서 “도내 90% 이상 학교에서 9시 등교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9시 등교로 인해 아이들은 더 지각하고 있다. 9시 등교제 실시 후 지각생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개인적으로 ‘실패’라 생각하는 경기도 교사들의 목소리는 생생하다. 부모님이 먼저 출근하는 바람에 애들이 잠을 더 자서 지각생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9시에 등교해도 학생들이 늦게 일어나는 만큼 더 늦게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졸속으로 추진한 행정이고 9시 등교에 대한 언론플레이가 짜증난다는 일선 교사의 하소연이 필자의 귀를 때린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사진=뉴시스 |
9시 등교를 실시하기 전, 아이들은 지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9시 등교 실시 이후 지각생은 늘었다. 반별로 대여섯 명씩은 9시를 넘겨 교실에 들어온다. 많은 경우는 10여명이 지각하는 반도 있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9시 등교제 이후, 이제는 담임이 학생들을 깨우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아침마다 전화해서 말이다.
담임 수당은 11만원이다. 아침마다 지각을 자주하는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일일이 깨우는 것 때문에 전화요금이 담임 수당보다 더 나온다는 한 중학교 교사의 불평은 자못 충격적이다.
9시 등교를 실시한 이재정 교육감의 의도와 도입 취지는 비난할 필요 없지만, 9시 등교제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이재정 교육감은 책임을 져야 한다.
부모와 학생의 무개념
부모가 더 큰 문제인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담임이 학생들을 전화로 깨우지 않으면 아이 엄마들이 화를 낸다고 한다. 담임이 지각 결석을 밥 먹듯이 하는 학생들에게 아침마다 연락하지 않으면, 학생의 엄마들이 담임에게 전화해서 언사를 높인다. 애한테 관심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는 말을 담임에게 태연히 내뱉으면서 말이다.
일부 부모에 국한된 얘기지만, 이런 엄마들은 무개념 부모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치' 수준이다. 배 아파해 가며 낳은 아이를 내버려 두고 학교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아이를 키울 거면 왜 낳았는지 의문이다.
▲ 조희연(서울), 이재정(경기) 이청연(인천) 등 함께 연대했던 교육감 후보들이 6.4지방선거 막바지인 2014년 5월 30일 서울광장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혁신학교 확대 등을 공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학생의 무개념도 문제다. 지금의 어른들, 과거의 학생들은 자기가 생활하는 공간인 교실을 당연히 스스로 청소했다. 농땡이를 부리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깨끗이 청소하려고 애썼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코와 입으로 별의별 먼지를 먹기 때문이다. 내가 10시간 가까이 있는 학습공간을 위해 스스로 노력했고, 함께 청소했다. 그런데 지금의 학생들 상당수는 아니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면 “선생님이 월급 받으니까 선생님이 해요”라고 반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청소를 굳이 시켜도 학생들은 하는 척 마는 척 한다. 학급을 학생들이 청소해봤자 깔끔하지도 않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담임이 직접 청소에 힘쓰는 반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교육상실, 개념상실의 시대
학교 교사는 선생님, 스승의 자리를 잃었다. 서비스업의 한 직군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진 지 오래고 벌점제도 또한 없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다룰 수 있는 규율 수단, 통제 수단은 더 이상 없다.
학생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사랑의 매’는 사라진지 오래다. 교사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거나, 스승이라는 사명감 없이 서비스업 종사자로 전락했다. 지금은 스승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개념상실의 시대’다.
공교육은 끝났다. 현재 학생들 대다수가 학업성취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공교육의 의미는 내신 기록과 졸업장 외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