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57.5%로 압승하면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 성과는 냈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제1 공약인 전면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당초 장담했던 것에 비해 '말 잔치'로 전락한 상황이다. 오 시장이 신속하게 속전속결하기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오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취임 후 1주일 내로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확 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해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지난 4월 취임하자마자 목동·여의도·압구정·성수 등 대규모 사업지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35층 층고제한을 없애는 '204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은 올해 연말 나올 방침이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시의회와의 협치를 이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는 오 시장./사진=박민규 기자
다만 오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재건축 규제 완화를 촉구하면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직접 방문해달라고 건의했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법 개정을 주문했다. 또한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를 골자로 한 '재개발 규제완화 6대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의회와의 지난한 협상 끝에 일부 예산이 삭감됐지만 4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협치는 일부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10석 중 101석을 장악해 사실상 '민주당 시의회'라는 평을 듣는 가운데, 오 시장은 시의회와 최대한 협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 앞에 놓인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최대 현안인 코로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발한 가운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서울형 상생방역'이 사실상 멈췄다.
최근 각 자치구 구청장들은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하다며 서울시 방역 대책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오 시장은 곤경에 처했지만, 서울시가 직접 선제검사명령 시행에 이어 임시 선별검사소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16일 코로나 관련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시민들을 향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4차 대유행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고 서울시민의 일상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 1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서울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서울시 제공
앞서 오 시장은 자가검사키트 신속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금운용위원회 심의와 사전 설명이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런 상황이다.
지난 14일에는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델타 변이 확산 조짐에도 거리두기 완화, 소비진착 등 방안을 내놓은 것은 누구냐"며 대통령과 여당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가 '개인 사견'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16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돌출발언에 대해) 이 자리 빌어 사과말씀 올립니다"며 "공직자가 2인3각 경기를 해야 할 상대를 탓하는 건 부적절한 언행이다. 방역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책임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어 "위중한 상황 앞에서 국민과 시민 여러분께 희생을 강요하고 행여라도 방역전문가의 견해와 다른 정치방역을 해온 적은 없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오 시장에게 남은 시간은 8~9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시의회-자치구청장에게 포위당한 오 시장이 '낮은 자세'로 정면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민들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