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
지난 1월29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2015년 주요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혁신교육지구를 확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예비지구’까지 선정한다는 포부와 함께 눈에 띈 것은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지원’이라는 대목이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 내용과 관련해서 “2015년을 교육의 영역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자리 잡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학교 내에 ‘매점 협동조합’ 등과 같은 협동조합을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것 외에도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교재 및 교육과정의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 체제하 서울교육청의 ‘협동조합 확대’는 다층적인 의미를 띤다. 조 교육감은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경력을 제외하면 교육계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다. 2015년 서울교육청의 업무계획은 그런 조 교육감이 자신의 ‘전공’을 교육계에 이식함으로써 서울교육을 정치의 소용돌이로 만들게 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혁신학교, 무상급식 등 교육계의 거대이슈들은 언제나 경기-서울권(김상곤-곽노현)에서 꺼낸 화두를 각 지역 좌성향 교육감들이 따라가는 형태로 확산돼 왔기 때문이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정책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범 좌파 인사들의 ‘생활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다. 무상급식의 경우 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를 포함한 급식공급 전후의 수직적 단계가 이른바 좌성향 운동가들의 ‘일거리’로 확산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혁신학교의 경우 각종 특별활동의 커리큘럼, 강사진 등이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서울교육청이 꺼내든 ‘협동조합 확대’라는 키워드는 이와 같은 경향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은 아예 그 취지 자체가 일군의 세력들로 하여금 ‘생활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계획된 바 크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일말의 사민주의적 가치관을 배태하고 있을지언정 그 시스템 자체가 한국사회에서 우려스러운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의 협동조합 확대를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협동조합은 압도적인 세금 지원까지 받아간다.
교육현장이 좌성향 인사들의 ‘생활공간’으로 변질된다는 것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가 좌편향 교육 그 자체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본 토론회에서 발표된 홍수연 사무총장의 발제문은 교과서 내에 이미 깊게 흡수된 좌편향적 문학작품들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지난 6일 한 통의 제보를 받았다. 부산시교육청 소속 11개 공공도서관별 도서선정위원회가 선정한 ‘공공도서관이 추천하는 이 달의 책’ 프로그램에 반미(反美)와 반(反)이승만 기조로 가득 찬 책이 선정됐다는 내용의 제보였다. 책 제목은 ‘10대와 통하는 한국전쟁이야기’다. 부산시립도서관은 2013년 6월 이 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했고, 2015년 초 발간한 자료집에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포함시켰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10대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된 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에 대한 편향적 시선은 균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다. 이 책 내용 그대로를 ‘역사’로 받아들일 경우 상당한 혼란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다음은 책의 일부 내용이다.
“인천 상륙 작전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상륙에 앞서 미군은 9월 4일부터 9월 15일까지 비행기로 인천 지역을 폭격했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지요.” (p.53)
“미국은 전쟁을 단순한 방어전이 아니라 무력 통일 전쟁으로 확대하면서 세계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싶었죠.” (p.58)
“미국은 자기들의 이익과 맞물려 있으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그것을 정의라고 주장합니다.” (p.190)
빨치산의 불편한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들의 잔혹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토벌작전으로 입은 타격에 대해서만 서술하는 식이다. 역으로 이승만에 대해서는 실책을 부각할 뿐 긍정적인 서술은 전혀 없다. 교육청이 건국대통령을 폄하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다뤄져 화제가 된 미군의 흥남철수 작전,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6‧25 참전을 결단한 미국 트루먼 대통령, 한미동맹의 긍정적 가치 등에 대해서 이 책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부산교육청은 이 책을 10대들을 위한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본 토론문이 발표된 직후인 2월10일 오후 부산시교육청은 해당 도서를 '이달의책'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책이 선정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부산교육청은 임혜경 전 교육감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파 성향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며 2014년 선거에서 현재의 교육감인 김석준 후보에게 패배했다.
보수 성향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었던 상황에서 이와 같은 도서가 선정됐다는 사실은 사안의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이것은 이미 하나의 파도가 아닌 조류(潮流)다. 교육감 한 명 잘 뽑아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교과서 속 문학작품도 문제지만, 교과서를 덮은 뒤 눈에 띄는 동화책‧교육용 도서들도 이미 균형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나아가 정부와 교육청은 그런 책들을 ‘추천도서’로 낙점해 주고 있다. 이렇게 좌편향은 하나의 문화이자 생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경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누가 이 고고한 조류를 거스를 수 있을 것인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2월10일 개최된 제16차 교육쟁점연속토론회 '교과서 속 문학작품이 수상하다'의 토론문으로 발표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