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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통상임금 판결과 조선업계의 비명

2015-02-14 09:3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이동응 경총 전무
지난 2월 12일 울산지방법원에서는 조선업계 빅3중 하나라는 현대중공업의 통상임금 판결이 선고되었다. 법원은 정기상여금과 연간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상여금 전체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노동조합의 주장이 신의칙 위반이 아니므로 과거분까지 소급해서 지급하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같은 법원에서 현대미포조선에 대해서도 유사한 판결을 하였다.

이 판결이 내려진 날을 전후하여 언론은 과연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관심을 집중했으며, 판결이 내려지자 대대적으로 해당 판결의 주요 내용과 의미에 대해 보도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최근 통상임금에 대한 하급심 법원들의 판결이 일관성을 잃고 있어서 이번에는 법원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정기상여금이 과연 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과거에 노사가 합의했던 것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소송을 통해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노동조합이 자신들이 합의했던 내용과 달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과거분까지 소급청구하는 것을 신의칙 위반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신의칙에 반하는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러한 청구를 받아줄 경우 기업이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다는 것을 들었다.

   
▲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였고,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울산지방법원은 상여금 800%의 지난 소급분을 모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가뜩이나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더하게 된 상황이다. 특히 수조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어쩌면 돌이키기 어려운 직격탄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조선·철강·자동차 등 굴뚝산업에 있어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위기 이후 우위를 점하던 산업은 언제 바꿀지 모르는 무한경쟁의 무대로 내몰리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가격을 무기로 도전해오는 중국과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의 거센 추격으로 인해 현재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였고,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한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울산지방법원은 상여금 800%의 지난 소급분을 모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회사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가뜩이나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더하게 된 상황이다. 특히 수조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어쩌면 돌이키기 어려운 직격탄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신의칙 법리를 원용했던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해 기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복잡하고 어려운 우리 임금 협상의 관행을 개선하고, 어떤 급여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신의칙 법리에 따라 지금까지 쌓아온 노사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최근 하급심 법원들이 과거 합의에 반하는 근로자 측의 통상임금 주장에 대해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위와 같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와 다른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른다면 현대중공업이 부담해야 할 부담이 6000억원 대에 이른다는 추산액이 제시되기도 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비슷한 상여금 체계를 갖고 있는 여타의 조선업체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미치게 될 타격은 현대중공업을 넘어 우리나라 조선업계 전체에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에서 법원이 담당해야 할 소송사건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법조문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타당한 결론을 내릴 수 없고 매우 복잡한 상황과 여건, 그리고 파장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 통상임금 사건 역시 그러한 사건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이 노사 간의 자율적 합의와 그 동안의 관행을 가볍게 여기고,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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