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운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또 상대가 숙적 일본이기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빅매치다.
한국과 일본 야구대표팀이 4일 오후 7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결승행 선착 티켓이 걸려 있는 이 중요한 일전의 선발 중책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kt 위즈)가 맡는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긴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선발 카드이기도 하다.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프로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된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만났을 때 한국대표팀 선발투수는 당대 최고의 에이스, 그 중에서도 주로 좌완이 맡아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구대성 송진우 등이 떠오르고 '일본 킬러'란 별명까지 얻었던 김광현, '봉의사' 봉중근, 류현진, 그리고 최근에는 양현종이 일본전 선발을 맡았던 대표적인 좌완 에이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이드암 고영표다.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같은 이른바 '잠수함' 투수는 국제대회에서 주로 미국이나 중남미 팀들을 상대할 때 요긴하게 쓰였다. 상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국내에 잠수함형 투수가 많은데다 정교한 타격의 좌타자들이 많아 한 번도 사이드암 또는 언더핸드 투수가 일본전 선발로 나선 적이 없었다.
고영표가 사이드암이면서 역대 최초로 일본전 선발로 나서게 된 것은 현재 한국대표팀 투수진 사정 때문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미국 진출로 확실한 좌완 자원 자체가 귀해져 이번 대표팀에 데려온 좌완은 차우찬(LG 트윈스)과 이의리(KIA 타이거즈), 김진욱(롯데 자이언츠)뿐이다.
경력이나 이름값으로 보면 차우찬이 일본전 선발을 맡아야 하지만 부상 여파로 구위가 떨어졌고 최근 컨디션도 좋지 않다. 고졸 신인 이의리를 깜짝 선발 카드로 생각할 수 있지만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 선발로 나섰기 때문에 무리고, 역시 고졸 신인인 김진욱은 불펜 요원이다.
우완 정통파 가운데 최고 구위를 자랑하는 김민우(한화 이글스)를 2일 이스라엘전 선발로 썼기 때문에 '믿고 내세울 선발'은 사실 고영표가 유일한 상황이다.
다만, 고영표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영표는 7월 31일 미국전에 선발로 나서 4⅔이닝을 던지고 4실점했다. 4안타밖에 안 맞았지만 그 가운데 홈런이 2개여서 많은 실점을 했다. 주목할 점은 상대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는 미국 타자들이 고영표의 공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3회까지는 상당히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는 것.
결국 김경문 감독의 마운드 운영 전략은 고영표에게 초반 3~4이닝을 맡긴 뒤 정예 불펜들의 물량공세로 일본 타선을 봉쇄하는 구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영표로서는 초반 무너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한편, 일본은 예상했던 대로 현 대표팀에서 최고 구위를 자랑하는 강속구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3·오릭스 버펄로스)를 선발 등판시킨다.
150km대 빠른공과 커터, 포크볼 등을 구사하는 야마모토는 7월 28일 도미니카공화국과 개막전에서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과시한 바 있다. 올 시즌 오릭스에서도 9승 5패, 평균자책점 1.82로 빼어난 성적을 냈다.
고영표도 그렇지만 한국 타자들도 만만찮은 상대를 만났다. 그래도 한국은 앞선 경기였던 2일 이스라엘전에서 18안타로 11점을 뽑아내며 11-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타선의 상승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일전에서 승리하는 팀은 결승에 올라가 은메달을 확보하지만, 패한 팀은 미국-도미니카공화국의 패자부활전 승자와 다시 2차 준결승을 치르게 돼 우승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진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