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목소리는 언론에서는 떨렸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9일 서울고법 형사 6부(부장판사 김상환)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이뤄진 국정원 댓글 등 사이버 활동은 정치개입을 넘어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도 개입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이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봤으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지난 1심을 뒤집었다. 결국 12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젠 대법원의 최종판단만 남았다.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정말 국가정보원의 역할, 그리고 그 수장이 의무와 책임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 국가정보원장이 트위터 등 SNS에서 무슨 댓글을 다는지 일일이 확인하면서까지 한가한 사람인지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솔직히 2012년 8월부터 트워터, 페이스북의 SNS을 통한 사이버 선거활동이 증가했다. 거기에 북한의 대남 사이버전이 증가하고 있는 위험한 현실에 대해서 많은 사이버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사이버대응은 어떠한가? 제대로 사이버전쟁을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호시탐탐 무너뜨리려는 북한 정권, 대한민국내의 종북세력 그리고 그 추종자들이 사이버상에서 선전 선동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가장 먼저 대응하는 국가정보원의 역할이 위법이라는 판결까지 나오다 보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솔직히 기소된 SNS 활동의 내용과 강도를 보면 필자 개인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지극히 적은 양의 활동이다. 조직이나 국가기관에서 했다고 보기에 너무나 협소해 보이고 조잡해 보인다.
한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정보기관이 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무슨 선거개입이고 선전선동이란 말인가?
거기에 지난해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 모 군의 개인정보 공개과 관련, 검찰이 국가정보원 직원을 징역형을 구형해 논란을 일었다. 당시 국정원 직원은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채 전 총장의 소문을 확인했을 뿐인데 형사 법정에 서게 되서 참담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일하는 것이 무척이 위험하고 힘이 빠지는 일이 되어 버렸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적은 여기저기에
국가정보원의 사이버활동이 정치개입, 선거개입이라는 판결이 나면서 사이버전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사이버활동에 대해서 국가 안보상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조금만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휴전선을 몰래 넘어가 테러를 자행하는 공비가 있었다면 지금은 인터넷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이버테러 공비가 있다. 그러다보니 사이버대응 및 전쟁은 현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큰 의무가 되었다.
실제로 IS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된 김군도 사이버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국가 인물들에게 포섭된 것으로 나타나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첩들은 무척이나 많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공간에서 북한과 종북세력과 그 추종자들이 치밀한 전략 아래 선전선동 심리전을 엄청나게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활동 대응활동을 확실히 규정지어야
선진국가의 정보기관들은 현대판 사이버테러범을 면밀히 감시한다. 그들의 행위가 테러나 국가 안전을 위협한다고 정황이 포착되면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대응한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정원법 제1조는 국정원의 활동을 '국가안전보장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국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장 업무의 범위가 모호해 정보기관의 활동이 정치적이라는 오명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 범위를 명백하게 규율하는 법도 필요하다. 합법적 범위 내에서 필요한 사이버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국내에서 국제테러조직 관련 활동을 하다가 강제 추방된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테러 관련 법률이 전무하기 때문에 국내로 잠입한 국제 테러조직을 적발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가장 강력한 법적대응이 추방밖에 없다는 현실이 무척이나 위험하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테러방지법을 제정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대테러 경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가정보기관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 역할일 것이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