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기 교수 |
관료집단은 속절없이 두들겨 맞았고 이들은 납작 엎드렸다. 퇴직관료의 산하기관 및 민간기업 재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고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갈 곳을 잃으면서 파행에 가까운 인사 적체가 시작됐다. 이 와중에 추진된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국민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다.
하지만 공무원만 쥐 잡듯이 하면 곤란하다. 이들을 패대기만 쳐서는 이뤄지는 게 없다. 헌법상 직업공무원제도를 둔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공직사회 전체를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 교수의 ‘썩은 사과상자’로 보는 듯한데, 사과상자(공무원제도)를 버릴 수 없다면 앞으로 썩은 사과상자를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야 지혜롭다.
썩은 상자를 물로 씻으면서 썩은 사과는 덜어내고 새 사과를 넣어 새바람을 불어 넣는 한편 안 썩고 멀쩡한 사과의 전문성을 잘 살려 활용해야 한다. 공직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인 만큼 신상필벌, 당근과 채찍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혼낼 건 혼내더라도 기왕에 있는 공직사회의 사기를 높여줄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혼내주는 자리로만 나섬은 지혜롭지 못하다.
▲ 2014년은 공무원에게 잔인한 해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부패하고 무능한 집단’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썼다. 이 와중에 추진된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국민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공무원을 격려하고 응원해야 할 때이다. /뉴시스 |
공무원사회 전체를 ‘세금 축내는 집단’으로 몰아가면 공무원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공무원들이 앞 다퉈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 서비스의 질이 더욱 떨어질까 걱정된다. 건전한 비판은 바람직하지만, 공무원을 죄인인 마냥 몰아붙이는 분위기는 누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 공무원의 멸사봉공과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무원이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전관예우의 부작용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공공부문의 부패지수가 후진국들과 순위 경쟁을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국가 경쟁력이란 정부, 국회, 사회간접자본 및 총체적 시스템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어 비교 대상 국가보다 얼마나 더 효율적인가를 평가하는 지표인 점을 기억하자. 정부와 국회 누가 더 경쟁력이 있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을까?
정책 입안과 집행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관이 상생하는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 완공식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으로 우리 역사에 길이 남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공무원을 독려했다. 대통령이 한 말씀하신 것은 잘한 일이다.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국민의 기도 살리고 공무원의 기도 살려야 경제가 살아난다. 혼내고 욕하면 주눅 들고 얼어붙어 아무 것도 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창의적인 생각과 헌신의 자세는 일할 의욕이 나야 비로소 자라난다.
‘인삼 밭의 인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공무원을 격려하고 응원하라.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베스트셀러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