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지와 증세논쟁이 가열되면서 한국의 복지수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야당 등 정치권은 복지수준을 무조건 올려야 한다고 하며 그 재원은 부자나 대기업증세를 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인기영합적 선동이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복지성숙도와 소득수준을 고려한 한국의 복지와 국민부담율은 현재의 제도로도 20년 뒤에는 재정 절벽, 재정 파국을 초래할 수준이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17일 국제비교를 통해 현재 한국의 복지수준을 점검하고, 구조적인 개혁 방향을 묻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토론자로 참석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
복지수준에 대한 논쟁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재원배분의 효율성 추구가 먼저다
최근 연말정산 사태에 이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의 백지화 과정을 거치며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발제 자료에 있는 것처럼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복지관련 지출이 전체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4% 수준에 머물러 OECD 평균(2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프랑스(31.9%)나 핀란드(31%)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보다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편으로는 2013년 기준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국민부담율 역시 24.3%로 OECD 평균(34.1%)에 10% 포인트가 낮으며 가장 높은 덴마크(48.6%)의 절반 수준으로 조사대상 30개국 중 28위를 차지한 것 또한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자유경제원이 17일 주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의 복지수준, 감당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
위의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도 OECD 평균수준으로 복지수준을 늘리고 이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발제자는 현재의 우리나라 소득수준 대비 복지지출비율과 국민부담율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OECD 회원국들의 소득을 한국의 2013년 국민소득과 비슷한 수준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국민부담 대비 높은 수준이 됨을 보였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발제자는 한국의 복지성숙도와 소득수준을 고려하면 현재의 제도로도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대거 나타나는 20여 년 뒤에는 복지지출 대비 국민부담율이 이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되어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시점에서 복지를 위해 세금을 늘리기 보다는 복지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복지지출과 국민부담률의 사이의 관계가 단순히 소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복지제도가 안정화되기 위해 반드시 100여년 가까운 긴 역사가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분석은 단순화의 오류를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발제자의 분석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이 분석이 주는 교훈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오늘의 발표는 한국의 복지와 부담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는 크게 복지제도를 살펴보는 정성적 분석과 관련 통계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정량적 분석, 그리고 재정지속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자유경제원이 17일 주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의 복지수준, 감당 가능한가> 토론회 전경 |
본 토론자는 발제자의 문제의식에 더하여 한 가지를 추가하여 강조하고자 한다.
복지지출을 늘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다른 예산을 돌리고 필요한 만큼 증세를 하면 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는 현재의 복지예산 지출이 주어진 재원의 제약아래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증세를 통해 재원이 늘어나서 복지지출을 늘리면 다른 분야의 지출확대와 비교하여 국민들의 후생이 얼마나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의 복지관련 지출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또한 다른 분야의 재정은 과연 필요불급하게 집행되고 있는가? 복지와 증세에 대한 논쟁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진지하게 논의하고 나서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