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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친일인명사전 보은 예산과 학부모의 내용증명

2015-02-20 09:00 | 온라인뉴스팀 기자 | office@mediapen.com

“저희는 학교를 지키기 위해 고발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 학생들이 편향된 사고에 젖지 않도록 힘써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이하 민문연)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배포에 대해 한 학부모단체가 9일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에 보낸 내용증명의 내용이다. 선거를 지원한 단체에 예산을 몰아준 무리한 보은 행정 탓에 애꿎은 단위학교들만 고발당할 위기에 처했다.

내용증명을 보낸 단체는 친일인명사전의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해석해 이를 도서관에 비치하거나 학습참고 자료로 활용할 경우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친일인명사전은 그동안 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 등 좌익세력의 자료를 기준으로 했고, 일제 말 징병을 권유한 여운형이나 일제침략의 첨병이자 관동군 헌병 통역이었던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친일파로 분류되지 않은 등 편향된 친일파 분류기준으로 비판받아 왔다.

   
▲ 조희연 교육감의 친일인명사전 배포로 학교는 편향성 논란이 있는 책자 배포로 고발의 위협에 노출됐고, 득을 본 것은 오직 어려운 재정상황 타개책이 필요했던 민문연 뿐이다./뉴시스

이 책을 낸 민문연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동영상 ‘백년전쟁’ 등으로 근거 없는 추측과 과장, 역사적 평가 왜곡 등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시교육청은 어쩌다가 정치, 이념, 종교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책자를 관내 학교들에 배포하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시교육청이 지난해 11월 10일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친일인명사전 배포 예산이 없고 대신 역사교육활성화 예산이 책정돼 있었다.

그러나 12월 19일 통과된 예산에서는 이 예산 대신 ‘친일청산교육활동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친일인명사전 배포 예산이 포함됐다. 원래 교육청이 올린 예산안에 없던 사업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예산에 부동의하고 재의결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그리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데도 부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시교육청이 원한 사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교육청이 다른 예산을 삭감하면서까지 논란의 책자 배포를 결정한 데는 책자를 낸 민문연의 어려운 재정 상황이 배경이었을 것이다. 민문연은 지난해 10월 28일 ‘회원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라는 제하의 호소문을 게재했다. 재정운영이 어려우니 회비를 증액해달라는 내용이다.

물론 민문연은 호소문에서도 우리나라 정부를 ‘저들’이라고 규정하고, “역사와 교육 부문은 군사정권 때보다 더한 위기에 처해 있다”, “친일 친독재 가치관을 신념화하고 있는지가 고위 공직자 인선의 필수 전제”, “유신교육 부활” 등 편향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튼, 결론은 돈이 필요하다는 호소다.

이 호소문이 게재된 이후 한동안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서울시교육청 예산이 의회에 제출된 이후 11월 중순 일부 네티즌이 대형 포털에 호소문을 퍼나르면서 민문연의 상황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물론 단순히 교육감과 연이 있는 한 단체가 어렵다는 호소를 했다고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증액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단체가 교육감의 당선을 도운 단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지난해 5월 13일 조희연 교육감의 선거캠프 개소식에서 상영한 영상 격려 메시지에는 네 명의 인사가 참여했는데 이 중 한 명이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다.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전교조 출신의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임 소장과 조 교육감은 참여연대 희망과비전위원회, 정권교체 새정치 국민연대 등에서 함께 활동한 사이다.

함께 한 동지이자, 선거 공신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했고, 공교롭게도 마침 그 시점에 다른 예산까지 삭감해가면서 편향 논란이 있는 서적을 시교육청 예산으로 구매해 전체 학교에 돌리기로 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은 예산’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면 언제 쓸 것인가.

조 교육감이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학교는 편향성 논란이 있는 책자 배포로 고발의 위협에 노출됐고, 득을 본 것은 오직 어려운 재정상황 타개책이 필요했던 민문연 뿐이다. /박남규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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