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임금협상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사 화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XM3의 글로벌 수요물량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만들어 졌고, 원활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노사화합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르노삼성이 중국과 스웨덴의 합작사 '링크앤코'의 친환경차 위탁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새로운 일감 확보를 위해서도 노사 화합을 통한 안정적인 생산체제 구축 필요성이 더욱 절박해졌다.
지난 5월 초 프랑스 Le havre항에서 양하 작업 중인 XM3. /사진=르노삼성 제공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그룹과 중국 지리자동차는 현재 링크앤코의 친환경차를 한국 르노삼성에서 개발 및 생산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측은 지난 9일 친환경차 공동개발‧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에 르노삼성의 참여 가능성은 높은 편이지만, 참여 규모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르노그룹과 지리차 간 MOU 초기 단계로, 르노삼성이 어느 정도로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사업성 평가를 바탕으로 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프로젝트 참여 확정시 XM3 수출물량 외에 3~4년 뒤에는 링크앤코의 친환경차까지 추가돼 안정적 생산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르노삼성이 르노그룹과 지리차 쪽에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가 될 전망이다. 부산공장의 비용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능력이 검증돼야만 링크앤코의 친환경차 주력 생산기지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진행 중인 2020~2021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중요한 고비로 보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잦은 파업으로 인해 르노그룹 내에서도 노조 리스크가 심한 사업장으로 인식된 상태에서 올해 교섭까지 늦어진다면 링크앤코 프로젝트 참여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섭 내용적으로도 기본급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두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내부적 판단이다. 지난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 점수는 르노그룹 소속 전세계 19개 공장 중 17위로 겨우 꼴찌를 면했다.
올해 초 르노그룹이 수익성 강화를 중심으로 경영 방향을 전환하는 '르놀루션' 경영전략안을 발표하면서 그룹 내 해외 다른 사업장들은 지난해 판매 증가를 기록했음에도 줄줄이 임금을 동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판매가 감소한 르노삼성만 임금을 올렸다간 링크앤코 프로젝트 논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르노삼성이 노조 측에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일시금(800만원)으로 보전하는 방식의 제시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단협 교섭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다. 노사는 지난 25일 13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회했다.
다만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파업 사전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정회 후 속개를 결정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 27일 교섭 상황에 대한 대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그 결과물을 들고 이번 주 초 사측과 다시 13차 교섭을 속개할 예정이다. 사측과 강 대 강 대립보다는 협상을 통해 마무리 짓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물량이 아닌 본사로부터 배정받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노사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조 역시 생산물량 확보를 통한 고용안정의 중요성을 감안해 파업으로 노사 갈등을 표출시키기보다는 교섭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빠른 임금협상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