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는 대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건설사는 서로 출혈경쟁을 피하면서 실적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업관리 측면에서도 자금 지출이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 사이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경쟁 효과가 사라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이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고 있다.
최근 진행된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 사업 입찰에는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으로 참여했다. 해당 사업지는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많은 건설사의 관심을 받았다. 다만 컨소시엄 방식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나오면서 조합은 오는 25일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취소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진행된 사업지에서는 부산 좌천·범일 통합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현대엔지니어링·GS건설 컨소시엄, 7183억원), 대전 동구 성남동3구역 재개발 사업(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7051억원) 등에서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리모델링 부문에서도 국내 시공능력평가 ‘빅2’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서울 성동구 금호동 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7090억원)을 수주했다.
대형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나서는 것은 대규모 단지일 경우 단독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도 있으며, 수주추진비 지출을 줄이면서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사업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대여금을 받아 각종 비용으로 지출하고 분양 후에 정산하는데, 시공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자금 지출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은 비율대로 공구를 나눠 공사하기 때문에 공사 면적이 줄어든 만큼 단위 면적당 단가가 높아져 단독으로 진행할 때 보다 공사비가 높기는 하다”면서도 “관리해야 하는 현장 규모가 작아지므로 무리하게 현장이 큰 것보다는 인원 투입이라던지 관리 측면에서도 편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경쟁을 통한 품질향상, 저가 입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시공사 간 하자·보수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입찰 공고문에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넣기도 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지금처럼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대규모 단지를 단독으로 진행해도 분양에 대한 리스크가 크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분양 경기가 가라앉아 시공사가 사업을 중단해버리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컨소시엄의 경우 한 건설사가 중단해도 남은 건설사들이 운영비 등을 지급하면서 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으므로 조합에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대규모 단지를 시공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만, 해당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자금력이나 관리 측면에서 규모가 커질수록 부담이 될 수 있어 조합원 입장에서도 그에 따른 리스크가 컨소시엄 구성 시 줄어들기도 한다”며 “하자·보수 측면에서도 통상 건설사별로 공사를 맡은 공구를 담당하기 때문에 책임 전가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