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오는 15일 쌍용자동차 매각 본입찰 접수가 마감된다. 이에 쌍용차의 새주인이 누가될 것인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회수가능성에 중점을 둔다면 높은 입찰금액을 써낸 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주채권자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쌍용차의 인수 이후의 안정적 경영이 가장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즉 고용이나 산업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하는 쪽에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매각 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은 15일 인수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본입찰이 마감되면 인수 후보군이 제시한 인수 가격, 사업 운영 계획 등을 파악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본 실사와 투자계약 절차를 밟는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 중 △SM(삼라마이다스)그룹 △에디슨모터스 △카디널 원 모터스 △케이팝모터스 △하이젠솔루션 △이엘비앤티 △인디(INDI) EV 등 7곳이 예비실사를 마쳤다.
한 인수 희망자에 따르면 쌍용차는 실사 과정에서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 4% 달성' 등 다소 보수적인 향후 계획을 제시했다. 인수 후보군은 이를 토대로 최종적인 입찰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서 주된 평가 기준은 자금력과 사업 계획이 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 중 ‘가격’과 ‘회사 운영 방침’에 가장 높은 배점을 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수전은 사실상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의 양강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과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창업주 듀크 헤일 회장이 설립한 카디널 원 모터스도 관심권 내에 놓여 있다.
이들 중 SM그룹은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7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8위 그룹인 만큼 자금 동원력이나 인수 이후 지원 여력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SM그룹은 1조원대로 거론되는 쌍용차 인수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 가능하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무리하게 외부에서 차입하기보다는 자체 보유자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우오현 회장은 M&A의 귀재로 불린다. 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을 흡수해 계열사를 늘리고 몸집을 키워왔다. 현 SM그룹 주력 계열사인 SM상선, 대한해운, 티케이(TK)케미칼, 남선알미늄 등이 모두 M&A의 결과물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무너진 기업들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노하우가 있는 만큼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남선알미늄, 티케이(TK)케미칼 등 쌍용차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SM그룹 계열사들도 많다. 배터리 업체인 벡셀도 있지만 주로 알카라인 건전지나 소형 2차전지, 시동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당장 전기차 분야와 연관 짓긴 힘들다.
특히 인수 후보군 중 가장 덩치가 큰 국내 기업이라는 점은 쌍용차 경영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 있어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등 쌍용차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고용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골머리를 앓았던 정부와 산은으로서는 일정 규모를 갖춘 국내 기업이 쌍용차를 끌어안는 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또다시 쌍용차의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거나 정부와 산은에 손을 벌리는 일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려면 SM그룹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 계열사를 둔 SM그룹이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의 개발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 사업 기반을 둔 기업이 이른바 '먹튀'를 했다가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개발이익과는 별개로 쌍용차는 안고 갈 것이라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특히 쌍용차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관심을 보였던 SM그룹이 이번에도 참여를 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다른 인수후보인 에디슨모터스는 당초 자금 동원력이 의문시됐지만 사모펀드 KCGI·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으며 우려를 해소했다. 구체적인 자금 확보 방안까지 공개한 만큼 인수 자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인수를 통해 승용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쌍용차의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한 사업 모델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위주의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지만 내년 출시를 목표로 최고급 승용 전기차 '스마트S'를 개발 중이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새로 조성되는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깔아 스마트S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쌍용차 인수 이후 내연기관차 10~15만대를 판매하고 전기차는 연 5만대에서 시작해 15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에디슨모터스 자체 기업 규모가 워낙 작아 쌍용차 인수 이후 경영 상황이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벤처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344억7302만원, 매출액 897억8763만원 수준이었고, 직원 수도 180명에 불과하다.
시장의 예상이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쪽으로 기울고 있는 가운데, 변수가 있다면 HAAH 시절부터 쌍용차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던 듀크 헤일 회장의 카디널 원 모터스 정도가 꼽힌다.
카디널 원 모터스는 쌍용차의 최대 약점인 해외시장 공략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이 회사 설립 목적이 쌍용차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미국 내 딜러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하기 위함이다.
쌍용차는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의 선전에도 불구, 글로벌 생산·판매망을 갖춘 현대차·기아나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 르노그룹으로부터 해외 물량을 배정받는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에 비해 규모의 경제에서 밀려왔다.
수출은 주로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나마 물량도 많지 않다. 미국 시장 진출은 시작도 못했다. 카디널 원 모터스의 사업 모델이 성공을 거둔다면 쌍용차는 상당 규모의 신규 수출 물량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쌍용차 회생절차 돌입 전 우선협상대상자였을 당시부터 제기된 자금동원력이 걸림돌이다. 듀크 헤일 회장이 운영하다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인 HAAH오토모티브는 2019년 연 매출이 230억원에 불과했다. HAAH오토모티브를 주체로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에도 자금조달 문제로 결정을 미루다 우선협상권을 잃었다.
이 밖에도 미국시장에 판매될 차량의 엔진이 쌍용차에 없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의 라인업을 보유한 쌍용차다. 외관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차량을 움직이는 동력원이 디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가능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또 그동안 쌍용차를 버리고 떠난 두 대주주와 마찬가지로 외국 회사라는 점도 카디널 원 모터스에 일종의 낙인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와 인도의 마힌드라가 대주주 지위를 포기했을 때마다 '뜨거운 감자'를 떠안았던 정부와 산은으로서는 쌍용차로 하여금 세 번째 외국인 대주주를 맞이하도록 하는 데 주저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번째 새주인을 찾고 있는 쌍용차인 만큼 본입찰 참여자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큰 입차금액 차이가 아닌 다음에는 안정적인 회사 운영계획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성 혹은 미래 비전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우선협상 대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