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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 2파전…남겨진 과제가 문제

2021-09-23 15:27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시작된 인수전의 승자가 내달 초 확실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수 후보군 모두 자금력과 경영능력·추가투자에 대한 상세 계획을 밝히지 못한 상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본입찰에 참여한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 미국 인디EV 중 우선협상대상자 1곳과 예비협상대상자 1곳을 각각 선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인수 금액으로 1000억원대 초반을 적어낸 인디EV는 5000억원대 초반을 써 낸 이엘비앤티, 2000억원대 후반을 쓴 에디슨모터스에 밀려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EY한영은 투자 확약서와 은행 지급 보증서 등을 바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두 '공동 투자(컨소시엄)'를 구성한 상태다.

전기차·배터리 제조사인 이엘비앤티는 종전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 카디널 원 모터스, 사모펀드 운용사 파빌리온PE 등과 손 잡았다.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내며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이엘비앤티 측은 "유럽 투자사의 자금을 바탕으로 본입찰에 참여했다"며 "전기차 제조 원천기술을 앞세워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엘비앤티의 경우 쌍용차의 가장 중요한 해외 판매시장에 대한 청사진도 내놨다. 

앞서 카디널 원 모터스의 '듀크 헤일' 회장은 국내 통신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쌍용차의 픽업트럭을 미국에 팔겠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쌍용차 출신의 한 관계자와 업계에서는 이같은 카디널 원 모터스의 입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미국시장에서 판매가능성이 있는 모델은 렉스턴 스포츠 모델과 렉스턴 스포츠 칸 모델정도다. 국내시장에서도 디젤엔진의 강점과 함께 높은 가성비로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판매할 수 없고 해당모델에 필요한 대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을 양산할 방법이 현재의 쌍용차에는 없다. 엔진만 따로 구매해 장착할 수 있지만, 내수 이외에 수출이 어렵고 수익 창출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는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KCGI·키스톤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1톤 전기 트럭과 전기 저상버스를 판매 중인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후보 가운데 유일한 양산 차 회사다.

에디슨 측은 사모펀드 KCGI와 키스톤PE로부터 약 4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향후 2∼3년 이내에 8000억∼1조5000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쌍용차를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쌍용자동차는 20일 국내외 픽업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을 칠레시장에 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 중남미 수출시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다. /사진=쌍용차 제공



인수 의지와 배경 등은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지만 인수 가격이 문제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번 본입찰에서 이엘비앤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만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 주간사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충분한 타당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에디슨모터스는 스스로 써낸 낮은 가격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매각 주간사는 다음 달 초까지 우협 대상자를 확정하고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변이 없다면 11월 중에 최종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본입찰이 마감된 시점에서도 인수 후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후보군 모두 쌍용차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자금력이 부족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보군이 추후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국책은행의 추가 대출 등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모습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생존을 위한 '연명'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입찰자들이 모두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사모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그들 특유의 재무적 투자(FI) 참여후 인적 구조조정하고 투자금 회수(재매각)하는 방식의 수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쌍용차의 인건비는 무급휴직이 종료되는 2023년께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복합적인 환경 탓에 매각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력 후보였던 SM그룹이 본입찰을 포기했고, 에디슨모터스가 예상 밖에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타이어뱅크)가 제조사(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것처럼 해프닝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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