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곽상도 의원의 국민의힘 탈당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문제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읍참마속의 기회를 놓친 국민의힘은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면서 사태 진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대장동 개발사업에 이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까지 거론하면서 거듭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두 개발사업의 “공통분모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라며 이 지사를 직접 겨냥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을 사전에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사실로 확인되면서 또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곽 의원이 ‘제명’ 조치 이전 자진 탈당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탈당과 제명은 향후 복당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제명 처분을 받은 사람은 원칙적으로 5년 이내에는 재입당할 수 없다. 반면 자진 탈당의 경우 탈당 당시의 시·도당 심사만 거치면 돼 비교적 복당 절차가 간단하다.
당내 한 관계자는 “제명은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시일이 걸리고, 향후 복당도 탈당보다 훨씬 까다롭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설이 돌던 곽 의원인 만큼 향후 행보까지 계산에 둔 결정 아니었겠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선제적 조치를 통한 읍참마속으로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나 당 지도부가 탈당을 그대로 방치한 데 대해 굉장히 반성해야 한다”면서 “쿨하고 깨끗하게 사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논란이 곽 의원의 내년 대구시장 선거 출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정치하는 사람이 결점이나 흠은 없어야지 출마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그 부분은 원칙대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강민국, 박대수, 박성민, 백종헌, 엄태영, 정동만, 최승재 의원 등 초선 7명은 "50억 원 퇴직금은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께서는 오늘 하루도 몇만 원 벌기 위해 목숨 걸고 노력하는데, 단지 '열심히 일해 번 돈'일 뿐이라는 식의 변명은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살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일로 곽 의원은 이미 공직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 자격을 상실했다"라며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회의원직에 연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직원·보좌진 인증을 받아야 글을 쓸 수 있는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 보좌진 A씨는 곽 의원을 아들에게 “어쩌면 당신의 글을 보며 가장 분노한 사람은 당신의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보좌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A씨는 “당신께서 치열하게 7년을 사셨던 것처럼 국회에서 일하는 보좌진들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 다만,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당신은 7년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이유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고 당신의 아버지를 모신 보좌진들은 7년을 함께 했어도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당신의 아버지께서 얼마나 많은 보좌진들을 해고해왔는지 명단 일부를 가지고 있다.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짧은 시간 동안 보좌진들을 꽤 많이 바꾸셨더라”면서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자신을 위해 건강과 가정, 개인적인 시간 등을 상당 부분 포기하며 헌신한 보좌진들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500만원이라도 챙겨주셨을까?”라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준석 대표는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초선들이 곽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젊은 세대의 분노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높이를 맞춰가기 위해선 곽 의원이 결단하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이라고 답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건은 산재에 따른 보상으로 해명이 되지 않는 액수”라면서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곽 의원의 탈당 이상의 추가적인 거취표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의원직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곽 의원이 탈당했지만 이미 대장동 불길은 국민의힘에 옮겨 붙은 상황”이라면서 “이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성역 없는 특검의 추진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추가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