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예식장 취소도 안되고, 하객 수 제한으로 식 올리기도 곤란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식사 안 하면 제한 인원수를 늘린다니, 예식장 배만 불리는 것 아닌가요”
최근 예비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포털 카페와 소모임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말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예식장 입장 가능 하객수를 49명으로 제한하고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99명으로 하면서, 예비부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다음 달 10일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박 씨(대전 서구, 31)는 27일, 예식장 예약 취소 환불 문제로 예식장 관계자와 다툼을 벌였고, 끝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중재로 인해 양측 간의 큰 피해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애초에 요구한 환불조치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박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발표한 이달 초부터 예식장 측에 예약 취소 문의를 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식사 등 미리 준비된 것이 없는데도, 취소 계약기간이 지나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49명이면 양가 친척들만으로도 다 모일 수 없다”면서 “누가 평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 이런식으로 하고 싶겠냐, 양가 어르신들도 기꺼워하지 않으신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또한 “처음에 계약할 때 하객인원을 250명으로 잡았는데, 예식장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00명이 줄었는데도, 그대로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저 같은 경우가 지금 너무 많다”면서 “혼수나 신혼여행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카페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슷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식장 관계자는 “이미 식사 대신 하객에게 드릴 기념 선물을 주문한 상태이며, 이는 고객과 합의가 된 내용”이라면서 “또한 예약 취소 환불은 3개월 이전에만 가능한 것으로 계약에 명시돼 있고, 충분히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인원수 제한에 따른 비용 할인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하객수 제한은 예식장 측의 문제가 아니어서, 이 역시 계약상 비용을 할인할 수는 없다”며 “고객 한 분께 비용 할인을 드리면 앞으로 예약이 잡혀있는 고객은 물론, 벌써 식을 마친 고객들에게도 환급조치를 해야 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상 비용할인 결정은 어렵다”고 답했다.
2021년 8월 소비자 상담 빅데이터./자료=소비자원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지난 24일 ‘1372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전체 상담 건수는 총 6만 6735건으로 전월 대비 18.7% 증가했으며, 이 중 ‘예식서비스’가 42.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담자들의 연령대는 30대가 31.5%로 가장 많았으며, 상담사유는 계약해제·위약금 관련이 23.3%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달 한국예식업중앙회에 하객 50명 이상 결혼식 제한 조치에 대해 “신혼부부가 원하면 예식장 측이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최소 보증 인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 협조 요청으로, 받아들일지는 예식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법제도상 계약서에 위법이 없는 한, 공정위가 제재를 할 수는 없는 사안으로,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예비신혼부부 6000여 명이 가입한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공정위의 요청은 실효성이 없는 권고에 그친다”며 “상당수 예식장이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객수를 제한했다면, 그에 맞는 대응책도 마련해 놨어야 했다”면서 “최소 보증인원조차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예비신혼부부는 “무조건 인원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처럼 식장 면적에 따라 조정했어야 한다”면서 “출산율 높이자면서 결혼식을 막는 정부”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1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방침이며, 현행 거리두기 단계는 이번 주말인 다음 달 3일까지 유지된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