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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공항 장비 공유제 추진…지상조업사, 규모별 입장차

2021-09-30 14:35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정부가 일선 공항에서 쓰이는 지상조업 특수 장비 노후화에 따라 친환경 장비로 교체하는 가운데 공유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지상조업사들과 그렇지 않은 중소 회사 간 입장이 달라 갈등이 예상된다.

대한항공·㈜한국공항 소속 지상조업 차량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내년 중반 경 국내 공항에서 사용되는 지상조업 장비들에 대한 공유안을 시범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장비가 낡아 탄소 중립 등 환경 정책과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가 관련 사업을 주관하되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시행하는 모양새다.

이 안에 따르면 두 공항공사는 지상조업 장비를 도입해 전국 15개 공항 내에서 운영하고 조업사들에게 유상으로 빌려주고 유지·보수까지 담당하게 된다. 현재 국내 공항에서 쓰이는 특수 장비와 차량은 총 2891대로 집계된다. 이 중 1616대가 인천공항, 나머지는 △김포공항(481대) △제주공항(340대) △김해공항(273대) 등지에서 사용된다. 지상조업사들은 인천공항 내 특수 장비 절반 가량이 20년 가까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육중한 항공기를 견인하는 토잉 트랙터는 대당 7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대형 화물을 수송할 때 쓰이는 메인 덱 로더는 10억원 등 대당 '억 소리나는' 가격 탓에 중소 지상조업사들은 들여올 엄두 조차 내지 못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국토부는 장비 공유제를 실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문제는 대형 지상조업사들의 반발이다. 대한항공 지상조업 자회사 ㈜한국공항(KAS)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아시아나에어포트(AAP)는 디아이싱 장비 등 각종 값비싼 장비와 인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 제주항공 자회사 JAS나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스위스포트코리아가 자신들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장비에 대해 투자해놓은 가치가 상실될 것을 우려해서다.

로어덱 로더로 컨테이너를 탑재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제공



업계 관계자 취재를 종합해보면 지상조업사들과 양대 공항공사 관계자들은 최근까지 이와 관련한 회의를 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장비 공유제와 관련, 각각 250억원씩 총 5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할 방침이라는 전언이다.

당초 국토부 항공정책과와 공항안전환경과는 항공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해운조합을 본따 항공산업발전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항공기 리스에 있어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지원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항공사로 한정할 경우 회원사가 적어 지상조업사까지 가입 대상을 확대한 것이고, '당근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장비 공유론이 나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공항공사 측은 탑승동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 공항 영내 이곳 저곳에 장비를 깔아두고, 어느 조업사라도 해당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모든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이미 구입해둔 장비도 코로나19로 인해 놀리고 있는 판인 만큼 당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1년에 한 두번 쓰는 경우를 대비해서 사둔 장비는 사용료가 비쌀 수 밖에 없는데, 누구나 쉽게 이와 같은 기계를 다룰 수 있게 한다면 항공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과도 직결된다"며 "당국이 면밀히 따져봐야 할 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공항공사가 특수 장비에 대한 MRO 사업까지 한다면 인천·김포·부산·제주공항 등 전국 각지 현장에 있는 당사의 해당 장비 정비사 200여명은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표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대한 조업이 이뤄지는 모습./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 역시 "공항공사 측은 괜한 걱정이라고 하나 우리에게는 인적·물적 자원 등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며 반발했다. 이는 시장 경쟁을 당국이 막아서는 조치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또한 "몇 안 되는 공항 장비발 탄소 배출 등 환경 오염을 이유로 장비 교체를 필두로 한 장비 공유제 추진은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중소 지상조업사 입장은 판이하다. 업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벌인 결과 의견차를 보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제주항공 자회사 JAS 지상조업 장비들./사진=JAS 제공



JAS 관계자는 "당사는 신생 업체인 만큼 고가 장비들을 많이 쓰지 않는 임차해서 쓰는 편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며 "아직 공항공사들이 어떤 장비를 들여올지, 임대료는 얼마나 책정할지 확정하지 않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공항공사가 각종 장비를 일괄 구매해 지상조업사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며 "이 같은 정책이 이뤄진다면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 사업의 본질은 국토부가 퇴직 공무원 자리 보전용인 항공산업발전공제조합 출범을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인프라 등 다방면에서 민간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거대 공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지상 장비 임대업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라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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