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 여파로 올해 입주 예정인 약 5만7000 세대가 '입주대란'을 겪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시중은행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에 근접해 대출 빗장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해 목표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옥죄면서 시중은행에선 은행 영업점별로 가계대출 신규 취급 한도를 차등 분배해 관리하는 한편 일부 대출대환(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중단하고 나섰다.
실제 하나은행이 일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대환대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등 2개 상품의 대출 갈아타기 신규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여기다 하나은행은 관리 중인 대출모집법인 6곳에 대해서도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영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의 대환대출을 제한했다. 이달부터는 영업점별로 배분된 월별 가계대출 한도 범위 내에서만 신규 대출을 취급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남은 한도를 한꺼번에 소진하지 않기 위해서인데, 서민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집단대출, 보금자리론, 기금대출 등은 제외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대로 관리할 것을 당부한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은행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7.29%, 하나은행 5.19%, KB국민은행 4.90%, 우리은행 4.05%, 신한은행 3.02% 등이다.
이처럼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당장 올해 입주 예정인 5만6592세대의 입주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은행 4곳(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12월 중도금대출이 만기되는 사업장이 5만3023세대(5조7270억원)에 이른다. 이 시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한 공공분양주택은 총 3569세대다.
일반적으로 입주 시기에는 중도금 대출에 잔금 등을 포함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 중도금 잔액 만기가 5조7270억원에 이르는 만큼 통상 약 8조원의 잔금대출 한도가 필요한데, 중도금 대출 5조원을 감안하면 약 3조원의 신규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집값을 마련하지 못한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는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들의 피울음이 들리지 않느냐" "사전청약 11년만에 입주하는데 대출을 막아놓으면 실수요자는 죽어야 하느냐"는 등 정부의 일률적인 대출 규제를 두고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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