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 대응 과정에서 유지됐던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인상 쓰나미가 몰려올 전망이다.
시중 자금이 실물경제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린 '금융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보조에 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단행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장기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 역시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시장에선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 1.25%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폭 역시 현재보다 크게 뛸 전망이다. 금리인상 여파에 따른 이자 부담은 특히 변동금리에 취약한 차주와 한계기업의 부실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현행 연 0.75%인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25%까지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통화정책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융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례적인 완화 여건이 1년 반 정도 지속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는 경기 개선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한두 번 올려도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최소 두 차례 이상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12일 금통위 회의에선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정책효과를 지켜보며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나, 내달 25일 예정된 금통위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적어도 두 차례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판단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전날 발표한 '2020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통화정책에 대해 경기회복과 금융불균형 누증을 감안해 올해 4분기와 내년에 추가로 인상돼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인 1.25%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한은에 따르면 연내 0.25%포인트 오르면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대출이자는 작년 말보다 평균 30만원 늘어난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이거나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의 경우 이자 부담은 53만원 늘어난다.
연간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에 금리인상은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해 전체 외부 회계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율이 전년보다 0.5%포인트 늘어난 15%(3465곳)로 집계됐다. 2010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지난해 한계기업으로 전락한 기업은 1175곳으로 전년(1077곳)보다 9% 증가했다. 이 같은 한계기업이 빌린 돈은 124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1000억원 늘어났다.
문제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연장한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상환 유예조치가 내년 3월에 끝남과 동시에 이들 한계기업의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질 경우 금융충격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영끌과 빚투 등을 통한 주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한 가계와 빚으로 버티고 있는 한계기업에 있어 금리인상은 이자부담 증가로 인한 악재로 작용할 뿐 아니라 경기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