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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1박2일·꽃보다 할배…나영석 PD 성공열쇠는?

2015-03-03 12:4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프로페셔널의 죽음.
세일즈맨처럼 그렇게 프로페셔널이란 이름도 점차 저물고 있다. 특히나 미디어산업에서 가장 먼저 전문가 시대의 폐막이 두드러지고 있다. 붉게 물들어 흩어질 서쪽 노을이 된 전문가 자화상은 이렇다.

이제 미디어산업에선 어디 가서 전문가 노릇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뺑소니 차량 식별이라면 네티즌 수사대가 더 집요하고도 정확하게 둘러붙어 취재를 한다. 집단 취재쯤 되는 이런 소셜 저널리즘은 때에 따라 경찰이 관리하는 CCTV보다도 더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주역은 전문기자나 대기자가 아니라 그냥 인터넷 댓글과 SNS를 누비는 무명용사들이다. 전통적인 전문가 개념에는 완전 배치된다.

전문가로 미처 꽃피기 이전에 화급하게 전문가 대안으로 급부상한 세력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나영과 원빈, 김태희와 비, 박봄 사건, 이병헌 사건 등등 연발특종으로 유명해진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가 바로 그렇게 전문가 몰아내는 선봉에 있다. ‘뉴스는 팩트다’고 외치는 이 대안 미디어 세력은 ‘탐사보도인가 파파라치인가?’라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어느새 미디어 산업 오랜 불문율 관행이었던 전문가 독점 체제를 깨트려 버렸다.

스포츠신문 연예기자로 일하다 미디어 벤처를 시작한 이 디스패치 팀들은 기존 체제 안에서 전문가로 숙성되길 거부하고 재야로 나가 기동력 있는 취재 전투를 벌이는 뉴스 게릴라에 가깝게 발육했다. 이들을 굳이 ‘프로 암(pro am: 프로와 아마추어 중간 정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티 프로페셔널 기류로 해석하는 편이 더 적확하다.

파워 블로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등 마이크로 블로그의 빅 마우스들도 같은 유형이다. 아마추어리즘은 분명 아니고 증권가 찌라시 같은 익명의 유희도 아니지만 프로페셔널이 자리한 기존 질서를 마다하는 새로운 중간자 아니면 대안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안티 프로페셔널 기류는 뉴스 저널리즘을 넘어 거의 모든 미디어 섹터에서 불붙고 있다. 방송영상이라면 PD, 작가, 기술인, 독립 PD, 아나운서, 연기자, 성우 등등 전 분야에서 이미 전문가라는 인간형이 폐기되기 시작했다. 나영석 PD 사례 하나에만 집중해보자. 그는 KBS <1박2일> 연출자로서 스타성을 얻은 뒤 케이블 유료방송 매체인 CJ E&M tvN으로 이적한 뒤 그야말로 승승장구 연타석 홈런 초대박 신화를 만들고 있는 장본인이다.
 
CJ에 오자마자 tvN 배냥여행 시리즈를 창안해 1탄 <꽃보다 할배>, 2탄 <꽃보다 누나>, 3탄 <꽃보다 청춘>을 굴비 꿰듯 줄줄이 킬러 콘텐츠로 엮어 냈다. 그러더니 이윽고 <삼시세끼>에서 장외홈런을 쳐버렸다. 시즌1에서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로 닻을 올린 이 작두 탄 예능 프로그램은 이후 번외편 (어촌편) 자급자족 어부 라이프에서 나름 새 역사를 창조하기에 이른다.

   
▲ 삼시세끼./ TVN캡처
지난 2월 27일 오후 방송된 tvN ‘삼시세끼-어촌편’은 케이블, 위성, IPTV 통합에서 가구 평균 13.5%, 최고 15.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3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 20%에 육박하는 일개 유료방송 채널 프로그램의 이 같은 기록은 우리 미디어 문화사 분수령이 될 정도 사건이라고 봐야 할 정도다.

두말 할 것 없이 나영석 PD가 최대 공신이다. CJ tvN이 좋은 멍석을 깔아준 측면도 크지만 결국 콘텐츠 창안자 사람의 힘이 결정적임을 거듭 확인하게 해준다. 바로 이 부분, 전문가가 아닌 창안자로서 PD 직무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핵심으로 떠오른다. 프로페셔널에서 크리에이터(창안자)로 어떤 거대한 틀이 바뀌는 것. 이것을 주목해야 미래 미디어 인간형을 읽어낼 수 있다.

나 PD가 KBS에 근무할 때 보여준 역량은 그야말로 전문가 코스 차림이었다. 주어진 KBS라는 틀, <1박2일>이라는 기성 브랜드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가장 높이 발휘할 줄 아는 전문가가 곧 모델이었다. 그랬던 그가 KBS 차장 직을 관두고 민간 초무한 경쟁 섹터로 들어와서 만들어낸 혁신적 포맷들은 크리에이터로서 재탄생한 업적들이다.

흔하디 흔한 전문가 세상을 떠나 창조적 파괴를 일삼아야 하는 크리에이터로 존재 이전을 한 성공적인 사례가 나영석 PD에 해당한다. 여전히 같은 PD라고 부르지만 과거 전문가 레벨을 지나와 크리에이터 급으로 전환한 예로는 거의 최초랄 수 있는 큰 임팩트를 던져 주고 있다.

여기서 기존 전문가 프로페셔널과 새로운 창안자 크리에이터를 대비해 차이점을 챙겨봐야 옳다. 전문가라 함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 숙련도를 보이는 해당 개별 분과 명장을 일컫는다. MBC 최고 명작 <대장금>을 만든 이병훈 PD가 전형적 본보기다. MBC DNA를 함유해 가장 친근하고 편안한 사극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는 역량은 전문가가 아니면 꺼내 보일 수가 없다.

우리가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이나 매직 10 (10년을 한 곳에서 노력해야 전문가가 된다는 의미)을 기준으로 일가견을 이룬 대가를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 흥행법칙에 가장 밝은 선임이 곧 전문가 전형이었다.

이러한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명장 명인 개념의 전문가 개념을 파괴한 것이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 창안자는 당연히 전문성이 아닌 창의성으로 승부한다. 창의성이란 진부하지 않은 새로움, 기능과 용도 면에서 쓰임새가 확실할 것, 해당 분야 현장에서 인정받아야 함 등 3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가 지상파 독점으로 굳어진 지축을 뒤흔든 결정적 요인도 바로 어디 다른 데서 못 본 참신함, 예능에 충실한 재미와 공감 보너스,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서 인정함 등에서 우러나올 수 있었다.

그냥 틀에 따라 만드는 프로듀서 PD가 아니라 뭔가 뒤흔들고 바꾸어 창안하는 크리에이터 PD가 탄생한 셈이다. 메마르고 둔중하고 경직되었던 한국 미디어 산업, 그것도 특히 기존 위계질서 기득권이 너무나 고루했던 방송영상 현장에서 나온 크리에이터 탄생, 크리에이터 발견은 정말 큰 경사다.

동시에 종언을 고한 프로페셔널 전문가 시대에 대해서는 무한한 경외심과 함께 작별 메시지를 고한다. 아울러 과거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전문가 시대에 연연해하거나 여전히 뭔가 미련과 집착을 갖고 있는 구체제를 신봉하는 자들에 대해 경각의 발언을 전한다. 크리에이터로 새로이 탄생하지 않으면 더 이상 영광은 없다. KBS 차장, 부장을 키우는 프로페셔널 전문가 교육, 훈련, 지도는 접고 나영석 PD 같은 크리에이터를 모델로 삼는 전면적인 인력 쇄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묻지도 말자. 물어서 하고 가리키는 대로 배워 익히는 관행과 의식 자체가 안티 크리에이터다. 딴 것 없다. 창의적 도전에 자꾸만 던져놓아야 한다. “북한 한류라는 주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지?”, “2015년 초 태어난 아이는 140세까지 살 수 있다는데... 이건 고령화도 아니고 뭐지?” 이러한 실질적인 주제를 품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취재하고 기록하는 창의성 탐험 권하는 미디어만이 크리에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문화를 독려하고 솔선수범하는 미디어기업만이 발전할 수 있다.

또 하나 경고도 현재 신성, 최고봉 나영석 PD에게 보낸다. 다음 창의성이 없으면 단발 크리에이터로 훅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흥미진진하면서도 살벌한 미디어 창조경제 환경이라는 점이다. 할리우드 역사가 그랬듯이 프리 에이전트로 가는 기업가 정신이 없이 맴도는 샐러리맨 크리에이터는 미래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크리에이터조차도 환골탈태하여 프리에이전트로 나아가야 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일찍이 1967년에 말파소 프로덕션(Maplaso Productions)을 만들어 마카로니 웨스턴, 더티 해리 시리즈를 창안하고 최근 영화 <아메리칸 스니이퍼>에 이르기까지 이후 수십 년 동안 창조적인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로서 활동한 모델이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전문가에서 출발해 크리에이터로 가고 다시 그 넘어 대자유인 프리에이전트로 나아가는 그런 멋진 모델을 새겨야 할 때가 왔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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