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대선의 본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미묘한 전략적 연대 기류가 감지된다. 후보들 간 ‘깐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지난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2차 TV토론회에서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도덕서 떨어지는 대선 후보로 이재명 다음이 윤석열”이라고 공격하자 윤 전 총장은 “이 정부에서 저를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을 철저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며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임을 지적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그런 해석 잘했으면 쭃겨났겠느냐”고 받아쳤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공세를 집중하는 것과 달리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을 집중 공략했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의 국민 소득 5만불 공약은 15년은 걸려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고, 홍 의원은 “목표 설정도 못하냐, 그렇게 계획대로 잘 해서 제주지사 시절 지지율이 낮았던 것이냐”고 응수했다.
13일 밤 제주KBS에서 원희룡·유승민·홍준표·윤석열, 4명의 국민의힘 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들의 합동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원 전 지사는 또 “홍 의원의 공약대로 잠재성장률 3%로 5만불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는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홍 의원은 “글쎄요. 계산을 안 해봤다. 밑에 전문가들이 주길래...”라며 답을 하지 못했다.
후보들 간의 전략적 연대 움직임은 2차 컷오프 이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2강 2중 구도가 명확해진 만큼 후보들간 전략적인 연대는 경선이 진행될수록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면서 “이미 대선을 넘어 그 다음을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2차 컷오프 이후 후보들 간 연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사이에 암묵적 동맹 전선이 형성되자,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를 공개적으로 띄우면서 연대를 타진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원 전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쉽게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는 등 더불어민주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하는 데 앞장 서고 있다.
이는 홍 의원이나 유 전 의원과 달리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하는 대신 반 이재명 전선 구축에 앞장서며 당의 주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자칫 1대3으로 치러질 수 있는 경선 구도에서 잠시 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 우군 아닌 우군이 된 원 전 지사를 향한 ‘러브콜’도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 전 지사의 '대장동 게이트 1타 강사' 동영상을 링크하고 "보통 이런 사건이 한번 터지면, 수 많은 뉴스들이 쏟아지기 마련이고, 그 많은 뉴스를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실체와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원 후보께서 참 쉽고 재치 있게 설명해주셔서 좋았다"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 후보의 그런 능력이 부럽기까지 하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프레임 공방을 통해 당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따. 대선 후보 최종 선출에서는 당원 투표 비중이 50%인 만큼 당심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과 핵심 지지층이 겹치는 만큼 ‘더 강한 안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보수 적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주술'을 덧씌우는 프레임 전략으로 국민의힘 전통지지층 탈환에 나서고 있다. KDI 출신 경제통, 개혁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 전 의원이 자신이 우위를 가진 경제분야 정책 대신 주술 프레임으로 윤 전 총장을 상대하는 건 의외의 전술이다.
유 전 의원은 다만 전략적 연대 가능성에 대해 “다른 후보는 어떠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제까지 그렇게 보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2:2로 뭔가 후보들 사이에 그런 정서는 최소한 저는 그런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