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올해도 어김없이 국감 현장에는 질의하는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피감기관장들이 자리했다. 날선 질문도 있었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은 질문들도 수두룩했다.
"(대한항공이) 민간 기업이고 대기업인데 그냥 준거예요? 그러면? 투자 목적도 아니고? 그 자체로 어폐가 있습니다. 은행인데?"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 국정감사차 방문규 은행장을 대상으로 한 질의에서 한 말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한국산업은행과 공동으로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한 바 있고, 이 중 12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이 점에 대해 양 의원은 감사 내내 격앙된 목소리로 "수은은 지난 6월 23일부터 대한항공 영구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대한항공은 내년 6월 22일부터 조기상환권 실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은이 가진 대한항공 영구채는 전환가액 1만4706원이고 투자 금액 대비 (2배 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전체 주식의 2.21%에 해당하는데 전환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며 "일종의 투자인데 수익률 계산도 하지 않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방 은행장은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한 것은 투자 목적이 아니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극복해나가는 현 시점에서는 경영 정상화 여부를 보고 산은과 판단하겠다"고 답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양대 국책은행인 수은과 산은이 대한항공 긴급 수혈에 나섰던 건 국적 항공사를 살리기 위한 차원이었지, 수익을 뽑아내고자 자금을 대줬던 게 아니다. 지난해 4월 24일 두 은행은 항공사 지원 방안 간담회를 개최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집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제공
세부 내역을 따져보면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2000억원은 운영자금 형태로 지원하고, 화물 운송 매출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증권(ABS)을 인수하기로 했다. 또한 양 의원이 언급한 주식 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가량의 영구채도 포함됐다.
이 같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이유는 순전히 국내 항공업계 붕괴를 막아보고자 하는데 있었다. 항공업은 단순히 비행기만 띄우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다. 또한 국가간 상호주의적인 특성도 갖고 있어 일국의 경제·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수은과 산은은 공익을 엄중히 인식해 국책은행으로서 제대로 된 정무적 판단을 했을 따름이다.
당장 양대 국책은행이 영구채 전환과 주식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등 자금을 회수하면 유휴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에는 큰 타격이 가게 된다. 어렵사리 물꼬를 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 역시 현재와 같은 금융 당국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뤄지는 것일진대, 이 역시 어그러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임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돼 고용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야단만 치는 양 의원의 태도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수은 더러 사적 이익만을 좇는 사모펀드와 같은 모습을 언제 보여줄 것이냐고 묻는 것과 다름 없다.
매사 큰소리 치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국회의원의 권위는 금뱃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스스로 '민생경제 재정 전문가'라고 소개한 양경숙 의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지만 피감기관장을 제대로 털어보려면 면밀한 상황 파악이 우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