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당시 일어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부실·늑장 수사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꼬리자르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구속 때와 달리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뇌물죄만 기소하면서 부터다.
당초 구속영장에 적시했던 배임죄를 뺀 것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1일 기자들에게 "공범 관계나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추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2018년 10월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8대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수사팀이 유동규 전 본부장을 재판에 넘긴 후 조사를 계속해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그 시점과 기소 대상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배임죄를 입증할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추가 기소를 염두에 두더라도 수사 의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청의 한 부장검사는 22일 본보 취재에 "뇌물죄에 대해 기소하면서 그 책임소재 및 전제인 배임죄를 고의적으로 제외한 것"이라며 "성남시와 대장동 주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유동규의 배임 혐의를 포함해 기소하게 되면 그 직속상관이자 윗선으로 꼽히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이 대놓고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정권 말기에다 대선 정국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기소하더라도 법적으로 구조적으로 외부에서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실정"이라며 "검찰 내부 일각에선 자조적인 목소리도 있다. 모든 검사들이 이번 기소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조직 내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현직 검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배임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입증은 검찰의 역량이나 의지 문제이기도 하다"며 "정치 사건을 제대로 명확히 다룰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구속영장 청구할 당시 범죄사실로 적시한 배임 혐의를 왜 뺐겠느냐"며 "일부 혐의로만 먼저 기소할 경우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본격적인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그는 "대선에서 다음 정권이 정해지기 전까지 재판이 공전할 것이 분명하다고 가정하면, 통상 추가 기소가 이뤄진 후 증거 조사 등 심리를 뒤늦게 진행할 공산이 크다"며 "서울중앙지검이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정권을 위해 사실상 총대를 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분위기는 야권에서 특별검사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여야 모두 부정적이다. 180석 슈퍼여당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수행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특검을 논의하고 결정하는건 국회의 몫"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어떤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방탄 국회가 될게 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에 검찰이 배임죄를 혐의 적용에서 빼면서 들이밀은 명분은 '배임 공범 관계나 구체적 행위 분담을 명확히 한 뒤 처리하겠다'는 것이지만 매우 궁색한 논리"라며 "여의도에서 검찰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관계자 또한 본보 취재에 "방탄 국회, 부실 수사 논란을 제기하기에 앞서 유동규를 비롯해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가해지는 배임죄 혐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매우 상대적인 문제 제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검찰이 어느 한쪽에 치우쳤다고 가정하더라도 객관적인 근거, 혐의를 입증할 증거, 배임죄라면 고의성 증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한 누가 담당 검사든 기소하기 어렵다"며 "중앙지검 수사팀이 차후 더 명확히 한 후 처리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도리 밖에 없다. 이 또한 최대한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모두 대체적으로 특검 가능성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이번 대장동 사건 수사는 국민 여론에 따라 덮힐지 더 밝혀질지 정해질 전망이다.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든 제대로 된 규명은 내년 3월 대선 이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의지 보다도 수사 여건과 정치적 상황이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앞으로 추가기소할지, 기존 기소한 뇌물 혐의에만 주력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