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A건설이 서울 강남구 갤러리에서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주택재건축정비조합(이하 조합)'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개별 홍보를 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앞서 건설사들의 개별 홍보를 금지한다고 밝힌 조합이 A건설에 어떤 조치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건설의 갤러리는 수요자들이 자사 주택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전시관이다. 대다수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 전시관의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14일 찾은 A건설사 갤러리 역시 외부에서는 관람을 중단한 것처럼 보였다. 정문은 펜스가 쳐진 상태로 잠겨 있고, 통유리로 설계된 갤러리 창문 역시 암막 커튼으로 차단돼 있었다.
하지만 갤러리에서는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합원 개별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원들은 A건설 홍보 요원과 함께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통해 갤러리에 입장하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자 '조합원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눈에 들어왔다. 방문객들은 한강맨션 조합원이 맞는지 2번의 신원 조회 절차를 거친 후 갤러리 내부에서 이른 바 '세대투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조합원들은 세대투어를 통해 A건설이 한강맨션 재건축에 적용할 특화 설계나 마감재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한강맨션 조합원들은 홍보 요원의 접촉을 통해 갤러리 세대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A건설 홍보 요원들이 조합원 개개인을 전담·관리하며 개별적으로 세대투어를 진행할 날짜와 일시를 잡고 이들과 조합원들이 접선 후 함께 갤러리에 입장하는 방식이다.
A건설 한 관계자는 "현재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세대투어는 조합원들의 요청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것"이라며 "공식적인 갤러리 운영 일정이 없어 정문을 닫은 것이고, 관람객들이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 입구로 입장하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세대투어를 안내하고 있는 갤러리 직원들의 말은 달랐다. 이 갤러리 한 관계자는 "'담당 과장'이 한강맨션 조합원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돌리거나 명함을 주고 있다"라며 "세대투어 관련해서는 담당 과장이 조합원들에게 안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A건설의 조합원 개별 접촉과 세대투어 모두 조합의 시공사 홍보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조합에서는 당초에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개별 홍보를 금하고 있다고 알린 바가 있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 14일 현장설명회 당시 설명회에 참여한 건설사들에게 개별 홍보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며 "입찰 마감 전에 이뤄지는 개별 홍보도 모두 금지 사항이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홍보는 입찰 후 단지 내 마련 될 건설사 별 전시관과 합동 설명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개별 홍보 관련 사안은 시와 관할 구청의 지침을 바탕으로 건설사들이 조합에 해당 서약서를 제출해 개별 홍보 및 금품 제공에 대한 금지 규정을 정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선정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공공지원 시공사 선정기준' 제10조 2항에는 "합동 홍보 설명회 이외에 임직원과 홍보 요원 등을 동원해 개별 홍보를 하거나 사은품 및 금품제공 등 국토교통부 고시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14조 4항에 따라 조합원 등을 상대로 하는 개별적인 홍보를 하는 행위가 적발된 건수의 합이 3회 이상인 경우 해당 입찰은 무효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이 A건설 등 건설사들에게 보낸 공문./사진=한강맨션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
조합은 지난달 6월에도 각 건설사들에게 조합원 대상 개별 접촉, 개별 홍보를 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바 있다.
조합은 이 공문을 통해 "공고 전 조합원 세대 접촉 및 홍보물 배부 등 과도한 경쟁이 사전에 유발되지 않도록 개별적인 홍보 활동을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며 "혼탁한 개별 홍보 및 조합원의 가정에 지속적인 불편을 가중 할 시 조합도 강력한 조치를 강구해 향후 반영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공문은 A건설을 포함해 DL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송부됐다. 이에 대해 A건설 관계자는 "주택 전시관을 통한 조합원 대상 홍보는 브랜드 갤러리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건설사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건설의 주장과 달리 다른 건설사들은 조합원 개별 접촉과 조합원 대상 주택 전시관 홍보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 개별 접촉, 개별 홍보가 불가능해 갤러리 투어 등 주택 전시관을 이용한 홍보는 일절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주택 전시관은 공식적으로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고 아파트 계약자, 청약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요 업무만 비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건설사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갤러리는 열지 않고 있으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홍보도 진행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 주택과 주택사업팀 관계자는 "입찰 마감 전 이뤄지는 조합원 홍보 관련 규제가 모호하지만 A건설의 이와 같은 홍보 작업이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조합이 판단해 건설사에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강맨션 주택재건축 사업은 기존 24개 동, 660가구를 최고 35층, 15개 동, 1441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9134억원, 공사비는 6225억원 수준이다.
조합은 지난 5일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 일정에 돌입했다. 지난 13일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우미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6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입찰 마감일은 내달 29일이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는 올해 말 진행될 예정이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