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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 노조 "소비자금융,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재매각해야"

2021-10-26 17:12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25일 소비자금융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이 은행 노동조합이 단계적 폐지를 '졸속 청산'이라며 결사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조는 사측이 국민과 금융당국을 무시한 채 청산을 밟았다며, 단계적 폐지를 막기 위해 결사항전한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의 매각을 거둬들이고 여유를 가지면서 브랜드와 일부 지분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도입해 재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국회 정문 앞에서 가진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단계적 폐지) 발표'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한국씨티은행의 무책임한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 결정을 결사 반대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2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국회 정문 앞에서 가진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단계적 폐지) 발표'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한국씨티은행의 무책임한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 결정을 결사 반대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 사진=류준현 기자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미국 씨티그룹 본사의 한국지점 단계적 폐지를 '졸속매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단계적 폐지는) 경영진이 처음부터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물건을 파려는 사람이 빨리 팔지 못해 안달이 났는데, 대체 누가 그 물건을 사려 하겠는가"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물건을 거둬들이고 콜롬비아씨티 사례처럼 시기를 두고 천천히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롬비아씨티는 지난 2016년 통매각에 실패했지만 금융산업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다 2년 뒤 재매각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진창근 씨티은행지부 위원장도 "씨티그룹의 조급함과 통매각이 매각 불발로 이어졌다"며 '단계적 폐지'가 아닌 '단계적 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사측이) 처음부터 매각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업이나 카드업 라이선스가 있는 곳에 한꺼번에 손을 터는 손쉬운 방식을 추진한 데 (매각 불발의) 원인이 있다"며 "씨티 브랜드와 일부 지분을 5년간 유지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수십 곳에 나눠 매각하는 우리금융지주 방식의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재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씨티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사례와 콜롬비아씨티의 재매각 사례를 뒤따르는 것이 최선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고승범호의 금융위원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목소리를 표출했다. 금융위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27일 있을 금융위 본회의에서 이번 씨티은행의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폐지인가대상 인지에 대한 여부를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진 위원장은 "소비자금융 청산은 명백한 금융위 인가대상이다"며 "이것이 인가대상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은행들은 본인들 마음대로 전체 지점을 모두 폐쇄하고, 대출 예금 카드 등 수익이 저조한 사업을 마음대로 폐지하고, 나아가 소비자금융 전체를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허가 업종인 은행이 일반적으로 본인들 마음대로 청산을 결정하는 첫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금융위가 씨티은행을 인가대상으로 보지 않을 시 은행을 보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은행 점포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타은행 노조에서도 금융위의 입장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진 위원장은 "이번 폐지가 인가대상이 아니라면 어제 전국은행산업협의회에서 폐지에 대한 회견을 가졌는데, 폐점도 금융위가 노터치한다는 것"이라며 "은행의 3분의 1이 문을 닫는걸 금융위가 손을 못대겠다고 하면, (은행이) 수익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을 철수하겠다고 할 때 금융위의 명분이 사라진다. 금융권 노조가 모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이번 씨티은행의 투쟁은 씨티은행지부만의 투쟁이 아니다. 서로 경쟁하듯 점포를 없애고 있는 모든 금융사업장들의 투쟁을 (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법에 있는 인가사항 여부를 내일 반드시 결정해 씨티은행 이사회에 매각결정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를 다시 검토하게 만드는 그런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 사진=류준현 기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이사회에서 단계적 철수결정이 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단계적 폐지가) 인가사항인지 아닌지에 대해 (당국이) 명확하게 해주면 씨티 이사회에서 졸속결정을 하지 않을 것인데 그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쪽으로 계속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위가 금융소비자보호법 49조1항 조치를 언급한 점을 들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이 법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 씨티은행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부분은 빠져있다"며 "은행법에 있는 인가사항 여부를 내일 반드시 결정해 씨티은행 이사회에 매각결정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를 다시 검토하게 만드는 그런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노사는 지난 22일 오후 4시 희망퇴직 시행안에 최종 합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노사는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 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희망자에게 '최장 7년'까지 기준 월급의 100%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직위, 연령 등의 제한은 없으며 지급 최고 한도는 7억원이다. 또 특별퇴직금 외 희망퇴직자에게 창업지원금 및 경력전환 휴가보상금 명목으로 25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 외 △희망퇴직 강압 행위 금지 △계속 근무희망자 고용안전 확보 등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 1시간 뒤 개최된 이사회에서 사측은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3040세대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희망하지 않는 직원들이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급하게 사업부를 청산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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